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엔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란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어 다녔다.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맨유가 19일(한국 시각)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라이벌 첼시를 3대1로 완파했다. 맨유는 크리스 스몰링, 나니, 웨인 루니가 연속 골을 터뜨리며 페르난도 토레스가 한 골을 만회한 첼시를 눌렀다.

맨유는 개막 후 5연승을 달리며 맨시티(4승1무)에 앞서 선두를 지켰다. 5경기에서 21골(득점 1위)을 터뜨렸고, 4골(실점 2위)밖에 내주지 않았다. 토트넘(3대0 승), 아스널(8대2 승), 첼시 등 강팀들이 줄줄이 맨유의 제물이 됐다.

19일 첼시전에 앞서 몸을 푸는 박지성. 박지성은 이날 출전하지 못했다.

알렉스 퍼거슨(70) 맨유 감독은 지난 5월 FC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색이 짙어가자 벤치에서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명장이 설욕을 다짐하며 내놓은 올 시즌 맨유는 한층 더 젊어졌고 빨라졌다. 필 존스(19), 다비드 데 헤아(21) 등이 나선 첼시전 맨유 베스트 11의 평균 연령은 24.1세였다.

'공격 앞으로'를 외치는 퍼거슨의 의중이 잘 드러나는 포지션은 측면 미드필더다. 지난 시즌만 해도 대인 방어능력이 좋고 활동량이 풍부한 박지성과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주전 측면 공격수로 내세웠던 퍼거슨은 올 시즌엔 '이적생' 애슐리 영과 지난 시즌 리그 도움 1위(18개) 나니를 측면에 배치하고 있다.

둘은 공격력 강화를 원하는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영은 별다른 적응기간 없이 바로 팀 공격에 녹아들며 리그 도움 1위(2골 5도움)를 달리고 있고, 나니도 2골 3도움으로 주축 공격수 역할을 한다.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스트라이커 루니는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9골을 터뜨리며 리그 득점 선두에 오른 루니는 지능적인 움직임과 물오른 골 감각을 앞세워 맨유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치차리토와 대니 웰벡(이상 2골) 등 젊은 공격수들이 루니의 뒤를 받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퍼거슨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결승 패배 이후 수비적인 실리 축구로는 바르셀로나를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신예들을 기용해 플레이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 올 시즌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