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자와 카메라 등을 들고 과학실 밖의 범죄 현장으로 들어갔다. 혈흔과 발자국 등 현장의 증거들을 꼼꼼히 살피더니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실험을 시작했다.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라는 주제로 진행된 태국 루암루디 국제학교의 수업 모습. 색다른 주제로 학생들의 흥미를 일깨우고, 생물·화학 등 서로 다른 과목을 자연스럽게 융합해 가르치는 방식이 이채로웠다.

◆다양한 교육시스템 갖춘 태국 국제학교

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국제학교가 설립된 나라다. 전국에 100여 개의 국제학교가 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태국 정부가 외국계 국제학교를 유치하는 데 발 벗고 나선 덕분이다. 이후 영국 계열, 미국 계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계열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갖춘 학교가 들어섰다. 한국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자신의 미래 진로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태국 국제학교에 대한 한국 학부모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태국 브롬스그로브 국제학교(Bromsgrove International School Thailand, 이하 BIST)는 영국 명문학교 브롬스그로브의 유일한 해외 분교이다. 36홀의 윈저골프장 내에 있어 전원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하며, 어학센터, 수영·테니스·실내골프장 등 최상의 시설을 갖췄다. 영국식 커리큘럼에 따라 영어·수학·과학 등의 교과를 토론식으로 지도하며, 골프와 테니스·축구·승마·음악·미술 등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한다. 한 학기 동안 영국 본교에서 공부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BIST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의 대원외국어고등학교와 제휴해 운영하는 대원국제외국어학교 프로그램이다. 11학년 이상의 학생들은 대원외고의 글로벌리더십프로그램(GLP·Global Leadership Program)을 이수할 수 있다. 이 과정을 밟는 학생들은 오후 3시부터 별도로 국어·영어·수학·중국어·토플·에세이 등의 수업을 받는다. 한국인 교사가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며 학생들을 지도한다. 호주 국제학교에 다니다가 3년 전 전학 온 12학년 김별(17)양은 "한국식 국·영·수 수업은 물론 SAT, 토플 수업까지 받을 수 있어 한국·영국·미국 등 전 세계 어느 대학이든 수월하게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10학년 김주희(15)양은 "이해가 될 때까지 선생님과 문답을 주고받을 수 있고, 적응을 못 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1대 1로 지도하는 교육방식도 좋다"고 밝혔다.

해로우 국제학교(Harrow International School Bangkok)도 영국 명문학교 해로우의 태국 분교이다. 영국 대학을 졸업한 교사들이 영국 본교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골프·테니스·태권도·스쿠버다이빙·발레 등 다양한 과외활동도 제공한다. 고교생들은 17세부터 2년 정도 A-LEVEL(영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을 준비하며,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 미국 예일대 등을 비롯한 전 세계 대학에 진학한다. 7년 전 유학 온 13학년 김지영(18)양은 "한 반이 10~11명으로 구성됐고, 학년이 올라가도 반과 담임교사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개인별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함께 성장하게 하는' 교육방식이 장점

태국 국제학교 ASB 전경.

ASB(The American School of Bankok)는 미국식 교육과정을 채택한 국제학교이다. 영어·수학·과학·사회 등의 기본 교과 과정 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선택과목 수업을 제공한다. AP과정과 토플 수업도 개설했다. 11학년 백윤하(17)군은 "대부분의 수업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프로젝트형 과제를 주고, 이를 통해 수업에서 배운 원리를 스스로 익히게 한다. 선생님들도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학교에 남아 학생들을 지도할 정도로 열정적"이라고 전했다. 미국 MIT 진학을 목표로 하는 9학년 신준희(14)군은 "수준 높은 교과 수업과 함께, 야구·농구 등의 스포츠는 물론 피아노·드럼 같은 악기까지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 또, 모든 학생이 같이 성장하게 하는 학교 분위기도 좋다"고 밝혔다.

루암루디 국제학교(Ruamrudee International School, 이하 RIS)는 IB 과정을 채택한 국제학교이다. 수학, 과학 등 기본 교과 외에 모던랭귀지(스페인·프랑스·일본어 등), 로보틱스, 기하학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 미국 아이비리그나 영국 옥스퍼드대 등 전 세계 어느 대학이든 진학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한다. 특히, RIS는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줄 아는 학생을 키운다. 예를 들면, 문학 수업에서도 '이 책의 내용과 관련지어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세우라'는 과제를 주고, 이를 실천하도록 지도한다. 8학년 주준민(13)군은 "교실에서 움직이지 않고 공부하는 한국과 다르게, 친구들과 그룹으로 프로젝트 활동을 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공부 효과도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