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 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현역 시절 달았던 배번(背番·등번호) ‘11번’이 영구 결번(缺番)으로 지정된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 장병수 사장은 15일 “팬들의 요구에 따라 최 전 감독의 현역 시절 배번인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키로 잠정 결정했다"며 “다만 구단에서 지금까지 영구 결번을 지정한 전례가 없어 이번이 앞으로의 기준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영구 결번 지정에 대한 기준과 절차 등도 함께 마련해야 해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배번 11번은 고 최 전 감독이 직접 고른 번호로, 그는 평소에도 이 번호에 애착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8년 언론 인터뷰에서 “고교 시절 번호를 고를 기회가 주어져 처음에 1번을 골랐는데, 어느 순간 (‘1’이라는 숫자가) 너무 외로워 보이더라. 그래서 옆에 ‘1’을 하나 더 붙여줬다”고 말했었다.
국내 프로야구단들은 뛰어난 기량으로 팬들로부터 크게 사랑받았던 선수들의 선수 시절 배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해 그들을 기리고 있지만, 롯데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명의 선수도 영구 결번 지정을 받지 못했다.
현재까지 국내 프로야구계에서 자신의 번호가 영구 결번으로 남은 선수는 이만수·양준혁(이상 삼성), 선동열(해태), 김용수(LG), 박철순(OB), 장종훈·정민철·송진우(이상 한화)와 시즌 중 사고로 숨진 고 김영신(OB) 등 9명.
최 전 감독은 기량과 스타성에서 이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1988년 롯데 구단과의 갈등 끝에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대구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과정에서 영구 결번으로 지정될 기회를 놓쳤었다.
이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는 최 전 감독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14일 낮부터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등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통해 고인의 상징과도 같은 배번 11번을 영구 결번으로 처리해달라는 팬들의 요구가 쇄도해왔다.
여건도 순조롭다. 현재 롯데에서 11번을 달고 있는 롯데 투수 이정민(32)도 구단 결정에 앞서 배번을 내놓을 뜻을 먼저 밝혔기 때문이다. 구단으로서는 선수에게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 없어진 셈.
롯데는 최 전 감독에 대한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영구 결번과 함께 현재 검토 중인 ‘명예 감독 지정’, ‘추모 경기 일정’ 등의 문제를 결론지은 뒤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