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용품 시장에서 아디다스, 나이키와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가 있는가? 냉정하게 말해 아직까지는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외에 있는 여러 태권도 및 무술 용품 회사들은 아디다스, 나이키로 대변되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 독주하는 상황에 대해 다들 할 말이 많다.

제품의 질 자체, 가격 경쟁력, 독자적인 디자인 등등 구체적인 제품의 내용으로 보자면, 충분히 아디다스나 나이키에 뒤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나은 제품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들은 제품의 내용을 보기에 앞서 그 브랜드의 명성을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아디다스, 나이키로 대변되는 태권도 용품 시장에 변화의 조짐은 없을까?

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 브랜드의 명성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아디다스나 나이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명품 브랜드 미즈노가 태권도 용품 시장에 재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즈노가 한국 태권도 시장에 뛰어든 것은 벌써 2년 반 전이다. 2009년 3월, 한 호텔에서 미즈노 태권도복 출시 기념회를 열었다. 미즈노의 태권도사업 파트너 쿠라모리 코리아를 앞세우고 미즈노의 태권도용품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 후 태권도계의 반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품질에서 만큼은 최고로 자부했지만, 태권도용품 시장의 독특한 유통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태권도용품, 특히 태권도복의 경우, 최종 소비자(수련생)의 선택보다 소비자의 관리자(관장)에 의해 구매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품질 자체 보다는 브랜드의 인지도나 가격, 인적 네크워크 등에 의해 판매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것.

미즈노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인식하고, 1년 여 전 다시 한번 전열을 재정비하고 한국 태권도 시장에 도전했다.

그런데 이번엔 회사 내부적인 문제로 인해 한국 경영진이 교체되는 혼란도 겪었다. 이 정도 되자 ‘미즈노가 한국시장 진출을 포기하고 돌아가겠구나’라고 생각하는 업계 관계자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미즈노가 다시 새롭게 출발을 선언한 것이다.

국내 독자 태권도용품 브랜드로는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상무사’를 인수하고 태권도용품 시장에 다시 한번 미즈노의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나섰다. 서울 역삼동의 국기원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상무사 매장은 국기원을 방문해본 태권도인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곳. 이제 이곳에서 상무사는 물론이고 미즈노의 태권도복과 용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즈노의 대행사인 쿠라모리 코리아의 운영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새롭게 쿠라모리 코리아의 책임을 진 사람은 이시다 준스케(石田淳祐) 사장. 이시다 사장은 이번 미즈노 재 출발의 모토를 ‘신풍(新風)’이라고 내세웠다.

이시다 사장에 따르면 일본의 쿠라모리 본사에서는 그간의 주춤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마케팅을 요구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 동안 미즈노 브랜드의 한국 진출 상황을 점검하면서 보이지 않는 벽을 느꼈다. 그 벽이 쉽게 넘어설 수준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드시 넘어설 것이다. 미즈노가 가지고 있는 최대 강점, 즉 품질에 대해서 한국의 태권도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시다 사장의 말이다.

이시다 사장은 “한국 태권도 유통 구조의 현실을 이제 충분히 이해했다. 상무사를 인수하고 함께하기로 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다. ‘상무사’라는 브랜드는 미즈노와 함께 갈 것이다. 미즈노는 고가지만 최고 수준의 태권도복을 책임지고, 상무사는 중저가의 대중적인 태권도복과 용품을 책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즈노 태권도복의 소비자가격은 약 15만원이다. 타 브랜드의 경우 고가의 브랜드로 내세운 제품이라도 13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없다. 일반적인 태권도복이 3만원대에 그치는 상황에서는 높은 가격이다.

“품질에서만큼은 단연 최고다. 입어본 사람은 물론이고 만져보기만 해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미즈노 태권도복은 가장 비싸지만 가장 좋은 태권도복이다.”

사실 태권도복은 다른 유사 종목, 즉 유도나 검도의 도복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유도나 검도의 경우, 20~30만원 대의 도복이 오히려 대중적인 제품이며 고가의 브랜드의 경우 이 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고가의 태권도복이 실제 수련을 하고 경기를 할 때 그 가치가 얼마나 나타날 것인지의 여부는 기자가 판단할 영역은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말해 미즈노 태권도복이 다른 제품들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미즈노가 시행착오를 겪어왔듯, 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것이 반드시 그 사업의 성공을 담보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이제는 미즈노에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즈노가 만만치 않은 태권도 시장에서 몇 차례의 어려움을 겪고 나서도 물러나지 않는 것은 그 나름의 판단과 전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즈노. 태권도 용품 시장에서 어떠한 새 바람(新風)을 몰고 올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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