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6일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10월 26일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박 변호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그러나 자신이 선거운동이 금지된 현직 국가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을 들어, 박 변호사의 선거운동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오른쪽)과 박원순 변호사가 6일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논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껴안고 있다.

박 변호사는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에 성공함에 따라 곧바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선거운동본부를 꾸려,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여세를 몰아갈 경우 최종적으로 야권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55% 후보'와 '9% 후보' 가운데 '9% 후보'로 단일화됐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선거 판도를 좌우할 만한 파괴력을 갖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박 변호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국민일보 여론조사 3자 대결에서 무소속 안철수 원장 55.4%,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24.5%, 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변호사 9.1%였다.

월드리서치 박승렬 대표는 "내일 당장 조사하더라도 단순지지도(모든 후보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가 1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유권자들은 박 변호사가 누구이며, 안 원장이 박 변호사를 왜 지지하는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박 변호사는 안 원장 지지자의 30% 이상을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리서치 원성훈 이사는 "두 사람의 지지층이 상당 부분 다르기 때문에 당장의 상승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박 변호사가 살아온 길로 볼 때 정치불신 정서에 따른 반사이득을 얻을 수 있고 시민사회단체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진보·보수, 여·야 정파로 가르는 기성의 정치는 모두 싫다, 그것을 뛰어넘으라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박 변호사는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 안철수 현상과 배치되는 딜레마를 안게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선으로 민주당 한명숙 고문을 만나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 고문은 이번 주중 시장 선거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