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컴퓨터게임에 열중하는 게이머의 모습. 최근에는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의 게임 중독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취업 준비생 이모(27)씨는 곧 추석이 다가오지만 고향집에 갈 계획이 없다. 벌써 3년째 명절 때 집에 내려가지 않고 있다.

집에는 취업 준비를 위해 특강을 듣는다는 등 핑계를 대지만 사실 연휴 때마다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에 매달려 왔다.

이씨는 "게임만 하는 무기력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 정신과 상담도 받아봤지만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다시 게임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이씨는 거의 매일 PC방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게임을 했다. 밤새 게임을 하기 때문에 낮에는 잠만 자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이씨처럼 게임 중독 증상을 겪으면서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가정 파탄으로 이혼하는 성인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조사한 인터넷 중독 실태 조사에 따르면 19∼39세 성인의 인터넷 중독률은 5.6%(약 86만6000명)에 달한다. 지난 6월 문을 연 서울 중앙대병원 '게임과 몰입 상담치료센터'에 등록된 환자도 105명 가운데 51명이 20세 이상으로 48.6%가 성인이다. 이전엔 청소년 게임 중독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성인들의 게임 중독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실업, 가정 불화 등의 문제를 겪는 성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에 몰입하다가 중독에 이르도록 방치되면 '묻지마 살인' 등의 극단적인 범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작년 12월 미국 명문대 중퇴생인 박모(24)씨는 "6개월간 집에 틀어박혀 온라인 게임만 했는데 갑자기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며 행인을 흉기로 찔러 죽였다. 같은 달 충남 천안시에서는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을 하던 김모(27)씨가 게임을 하던 중 두 살 난 아들이 방바닥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게임 중독이 이혼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다. 2009년 대법원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자녀 양육 등 집안일을 돌보지 않았을 경우 이혼 사유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남편 박모(44)씨는 결혼 뒤에도 거의 매일 새벽 1∼2시까지 하루 6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에 매달리는 등 중독 증세를 보였다.

성인 게임 중독은 청소년기에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성인 중독은 청소년과 달리 부모 등 가족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막아주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한덕현 중앙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조금만 게임에 몰입해도 부모가 데려오지만 성인들은 대부분 중독 증상이 심해진 뒤에 상담센터를 찾는다"고 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성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해법은 청소년들에게만 집중되는 것도 문제다.

오는 11월에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 심야시간대에 게임 접속을 못 하도록 법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셧다운(shut down)'제도가 도입된다. 하지만 성인에 대한 규제는 논의가 전무하다.

안동현 한양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게임 중독 증상을 보이는 20∼30대 성인들은 '만성화' 단계가 대부분"이라며 "성인은 자제력이 있기 때문에 게임에 덜 빠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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