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 하나고등학교 NIE 동아리 '이코노미아'] 신문으로 경제 이슈 공부… "어려운 경제 쉽게 이해돼"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3차 양적 통화완화 정책을 실시한다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야기해 봅시다."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은평구 하나고등학교(교장 김진성) 가온동 105호. 이 학교 동아리인 '이코노미아(Economia)' 학생 17명이 모여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이코노미아'는 경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모여 이슈가 되는 경제 문제를 신문에서 찾아 공부하고 토론하는 경제 NIE(신문활용교육) 동아리다. 올해로 2년차인 새내기 모임이지만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모여 세미나를 열고, 교외 어린이 경제교실 멘토 활동을 벌일 만큼 열성적이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미국의 3차 양적 완화'. 먼저 고정현(18)군과 박성혁(17)군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양적완화의 개념을 설명한 이들은 신문에서 찾은 각종 자료를 활용해 현재 미국 경제의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의 노트북에 발표 내용을 메모했다. 이어 발표자가 '미국의 양적완화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토의 주제를 제안했고 조별 토의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의 입에서 더블딥(double dip·회복되던 경기가 다시 가라앉는 것),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회의 등 고등학생에게 어려울 법한 경제 용어들이 술술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각자 읽은 신문 자료에서 사례를 찾아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했다.

“신문으로 경제 흐름 읽고 세상 공부도 해요.”서울 하나고등학교 NIE 동아리‘이코노미아’학생들이 세미나를 실시한 후 활짝 웃고 있다.

조별로 발표하는 시간이 됐다. "문제를 포괄적이고 획기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양적 완화 조치가 필요하며 미국의 경제회복은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과, "실패할 경우 리스크(위험)가 너무 크고 이미 34조달러의 양적 완화를 실시했는데 추가조치가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이렇게 다양한 관점을 접한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글로 적으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세미나 후에는 동아리 신문 '이코노미아 타임스'의 편집회의도 가졌다. 10월 1일 발간을 목표로 학생들은 레이아웃(각 지면의 형태)을 정하고 누가 어떤 기사를 맡아 쓸지 역할을 분담했다. 신문에는 그동안 세미나 주제로 다뤘던 유럽발(發) 금융위기, 서울대 법인화 논란, 저축의 역설 등이 기사 형태로 담길 예정이다.

이코노미아 창립 멤버인 박영민(18)군은 "NIE 활동을 통해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세상 전반에 대한 안목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충남 계룡 용남고등학교 NIE 동아리 'R&L']
장래 희망 주제로 스크랩 "현실적인 지식 쌓게 돼"

"신문 스크랩을 하면 멀게만 느껴졌던 미래의 꿈이 현실로 다가와요."

지난 31일 정오, 충남 계룡시 용남고등학교(교장 서원진) 토론학습실. 이 학교 NIE(신문활용교육) 동아리 R&L(Reader and Leader) 회원 15명이 점심시간을 틈타 한자리에 모였다. 책상 위에는 신문 스크랩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날은 R&L 학생들이 곧 있을 한국언론재단 NIE 공모전에 제출할 작품들을 함께 점검해보는 시간이다.

“신문 열심히 읽으며 미래의 리더가 될 거예요.”용남고등학교 NIE 동아리 R&L 학생들이 방학 동안 만든 스크랩 활동지를 들고 있다.

학생들은 앞으로 일하고 싶은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5개 팀을 꾸렸다. 각 팀은 자기 장래 희망과 관련된 스크랩 주제를 선정, 8절지 형태의 활동지를 50장씩 만들었다. 사회부 기자, 교사, 소설가, 국제변호사 등 각양각색의 꿈을 가진 학생들은 자기 꿈을 밝히고 각자 만든 활동지를 친구들 앞에서 설명했다.

교사가 꿈인 강다혜(17)양은 "현실을 아는 교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피상적인 교육 정보가 아닌 교권 붕괴 같은 교육의 이면을 심층적으로 탐구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작품에는 단어의 묘미를 살린 헤드라인(기사 제목)이 튀어나왔다. 또 스크랩한 기사를 재구성해 가상 인터뷰 기사를 싣거나 광고를 만드는 등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넘쳤다.

R&L 학생들은 NIE 공모전 준비를 위해 이번 여름방학에 4박 5일간의 캠프도 열었다. 캠프의 주된 프로그램은 신문 스크랩이었지만 틈틈이 논술 공부, 토론 연습, 자기소개서 작성법도 익혔다. NIE 활동을 통해 진로 계획도 세우고 구체적인 진학 대비도 한 셈이다. R&L을 지도하는 이숙자(52) 교사는 "신문은 사회와 호흡하는 데 필요한 현장감 있는 지식을 쌓게 해준다"고 말했다.

본지 공교육 NIE 지원 캠페인에 동참한 용남고는 매주 월요일 1교시 독서 시간에 전교생이 신문 사설 스크랩 노트를 작성한다. 올해부터 교과부가 지정한 자율형 공립고로 선정됐으며,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방안으로 학교에선 NIE도 열심히 하고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중 R&L은 소속 학생들이 각종 글쓰기와 토론 경시대회를 휩쓸며 인기 동아리가 되었다.

김경민(18)양은 "초반엔 NIE 활동에 시간을 많이 뺏겨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글쓰기 실력과 말솜씨가 좋아져 결과적으로 학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