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영화계의 화제 중 하나는 '7광구'(지난달 4일 개봉)이다. 개봉 전에는 130억원을 들인 '한국 최초의 3D 블록버스터'라는 점 때문에 관심을 끌었고, 개봉 후에는 관객과 평단의 혹평 때문에 도마 위에 올랐다. 관객이 최소 400만명은 들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 이 영화는 225만명(4일 현재)을 모으는 데 그치고 한 달 만에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흥행 참패의 원인을 둘러싸고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거론되는 것이 3D를 포함한 특수 효과이다. 7광구는 99% CG로 만들어졌다. 이를 놓고 "할리우드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CG"라는 비판과 "국내 기술로 이 정도 CG와 3D를 구현했다는 건 의미가 있다"는 평이 맞서고 있다.
이 논란의 중심에는 7광구의 CG와 3D 작업을 맡은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42·사진) 대표가 있다.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나온 그는 한국 영화 시각 효과(VFX)와 특수 효과의 1세대이자 개척자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가 참여한 영화 '화산고'(2001년)는 "한국형 CG의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평을 들었고, 2009년 영화 '해운대'를 통해선 한국 최초로 '물 CG'에 도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모팩 사무실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그는 "원래 담배를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웠는데 7광구 작업을 하면서 서너 갑으로 늘어났다. 몸무게도 16㎏이 빠졌다"고 했다.
―7광구가 결국 흥행에 실패했다.
"속상하다. 작품에 쏟아부은 열정과 에너지가 아주 크다. 좋은 평가를 받고 흥행에 성공하면 좋았겠지만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CG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애당초 추구한 완성도를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아쉽다. 목표치의 70~80% 정도 달성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7광구의 CG는 할리우드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나.
"실력이 아니라 예산과 시간 문제였다. CG와 3D에 들어간 50억원이란 돈은 한국 영화 투자 여건에서는 이례적인 액수지만, 할리우드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7광구 같은 괴수물은 B급 장르인 데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말고는 성공한 선례가 없었다. 당연히 투자 단계에서 저항감이 컸고, 만드는 사람들한테는 이런 저항감을 이겨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시간도 문제였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개봉 날짜부터 잡아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욕을 많이 먹었던 오토바이 CG는 원래 3~4일 만지면 되는 쉬운 작업이다. 그 3~4일이 모자랄 정도였으니…."
―CG를 잘했으면 영화가 나아졌을까.
"할리우드에선 CG뿐만 아니라 나머지 여건들이 균형 있게 받쳐준다. 특수 효과는 유용한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잘못된 CG가 영화를 망칠 순 있지만 CG를 잘한다고 영화를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트랜스포머3의 CG는 흠잡을 데 없지만 영화는 지루하지 않던가. 반대로 해리포터 마지막 편의 CG는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는데도 재밌게 볼 수 있었다."
―7광구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예산과 CG가 많이 들어가는 7광구 같은 영화는 프리프로덕션(pre-production·촬영 전 사전 준비)이 시간과 예산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그 단계를 충분히 거쳐야 했다.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은 프리프로덕션에만 2년 반의 시간과 2000만달러(약 220억원)가 들었다고 한다. 7광구 제작·투자사 측에 프리프로덕션을 그렇게 강조했는데 예산과 시간을 충분히 배정해주지 않았다. 크리처(영화 속 괴물 캐릭터) 같은 경우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완성돼야 했는데 포스트프로덕션(post-production·후반 작업) 단계에서야 만들어졌다. 한 번은 미친 척 해볼 수 있지만 두 번은 안 된다.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하면 회사 문 닫아야 한다."
―화산고, 해운대, 7광구 모두 한국에선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었다.
"한국에선 첫 시도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와 기회비용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회사 내부에서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 실패할 걸 염두에 두고 플랜B(대안)를 두세 개씩 만들어 둔다."
―하던 것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오히려 결과가 좋을 수도 있다. 두려움이 있으니까 예민하게 집중하게 돼서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를 낸다. 하던 것만 계속하면 매너리즘에 빠져 뻔한 결과밖에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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