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상대팀에게 창피하다."

과도한 현수막 시위에 SK 와이번스 선수단이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SK 선수단은 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앞서 전체 미팅을 가졌다. 이날 미팅 안건은 전날(3일) 있었던 도 넘은 현수막 시위에 대한 것이었다.

SK 일부 팬들은 전날 두산과의 경기 중 좌측 외야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달 18일 경질된 김성근 전 감독에 대한 불만이 적힌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평일 1~2개에 불과했던 현수막이 전날은 주말을 맞아 10개에 달할 정도로 그 수가 대거 늘었다.

특히 외야 좌석 한 블럭을 덮을 정도의 대형 현수막과 더불어 '만수야 우린 네가 정말 싫다'는 실명이 적힌 문구까지 등장했다.

이에 선수단은 심판진을 통해 현수막을 걷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경기 초반 수차례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정말 선수단이 그랬겠나. 믿지 못하겠다. 프런트가 조작한 내용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소식을 접한 선수단은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 직접적인 목소리를 전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장 이호준은 "오늘 선수들이 전체 미팅을 가졌다"면서 "전날 있었던 보기 힘든 상황에 대해 선수들 의견을 하나하나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려고 하는 데 보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다"는 이호준은 "그동안은 선수단과 직접 관여되지 않아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어제는 사람의 실명을 거론했다"면서 "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동요했다. 저건 아니다 싶었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되도록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은 주장 이호준이 전한 이날 선수단 미팅에서 나온 SK 선수단의 목소리다.

외야 수비를 하는데 두산이 안타를 치면 환호하고 SK 지라고 한다면 더 이상 SK팬으로 보기 힘든 것 아닌가. 선수들이 볼 때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선수들이 경기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지는 못할 망정 방해를 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시위를 한다는 것에 선수들은 솔직히 홈 관중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 경기를 놓쳤다(7-9패)고 핑계를 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기가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대팀 선수들은 방송까지 하며 저지하는데도 계속 홈팬들이 그러고 있는 장면에 얼마나 웃기겠나.

전까지는 신경을 되도록 쓰지 않고 그냥 넘기려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단을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이제 우리는 빨리 치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다. 선수들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솔직히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한 번에 다 깎아먹을까봐 창피하다.

(김성근) 감독님이 마지막 메시지로 '아시아 챔피언'이라고 주고 갔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 어제 시위는 그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었다. 애써 마음을 잡았던 선수들도 김이 새는 느낌이었다. 제일 중요한 이 시기 아닌가.

우리가 4위 하려고 이 고생을 했겠나. 선수들은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지금 1위는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목표는 1위다. 최소 2위는 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다.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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