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입시부터 명문대 입시까지 '토론'이 합격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집단토론의 경우 일반적인 토론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토론예절을 요구하며 배경지식, 사고력, 배려심, 순발력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학교들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는 주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교에서도 각종 토론대회는 물론, 토론동아리, 토론수업, 방과 후 토론까지 토론 열풍이 일고 있다.
◆토론하라니 싸우고, 화내고, 스킬만 자랑하고…
"얼마 전, 원탁토론 대회에 참가했는데 직접 대회장을 가보니 긴장감이 컸어요. 대입 면접이었다면 더 떨렸겠죠. 다양한 토론대회 경험이 대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한양대학교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서울 성동구 소재) 토론동아리 한양아카데미 김주희(2학년)양이 교외 토론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을 더듬었다.
같은 학교 1학년 배세란양은 “토론대회에 나가보면 토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집단토론의 경우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 말고 흥분해서 화를 내는 친구도 있고 긴장감에 준비한 말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 평소 토론을 즐기고 기회를 자주 갖다 보면 이런 실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양 사대부고는 주 1회 정규수업 외에도 동아리, 방과 후 수업으로 토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신홍규(국어과) 교사는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을 탄탄히 쌓고 논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카이스트의 집단토론이나 연세대의 1(학생):다수(면접관)토론처럼 명문대 입시 토론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단시간 트레이닝이나 공식처럼 외운 스킬만으로는 낭패를 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단시간 스킬만 배운 학생의 경우 이기기 위한 방법만 익혔기 때문에 토론의 기본인 경청을 간과해 감점을 받는 경우가 잦다. 한경숙(국어과) 교사는 "전국단위 대회를 둘러보면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상대를 당황하게 해 자신이 우위를 선점하고자 하는 행동으로 이는 토론의 기본을 망각한 행위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함께 결론에 이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만약 학교에서 토론수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한 교사는 "신문 기사를 보고 요약한 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그 이야기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거나, 언어영역 비문학 독해를 통해 비판적 읽기를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친구나 부모님과 함께 이런 토론을 벌이다 보면 상대의 입장이나 의견을
이해하는 힘이 길러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토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사는 "토론이 입시를 좌우하지 않는 경우라도 토론을 바탕으로 한 논술이나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심층면접을 대비하는 방법으로도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특목고·국제고는 토론식 수업… 명문대 토론식 심층면접 강화
토론에도 종류가 있다. 10명 내외의 소규모 집단이 동등한 위치인 원탁 테이블에서 토론을 벌이는 '원탁토론', 2:2, 3:3 찬반토론으로 스피디한 논리 전개가 특징인 'CEDA토론', 찬반을 나눠 공통된 주제를 놓고 이유와 근거를 대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디베이트, 하나의 의제를 두고 여러 의견을 모아 결정을 내리는 디스커션을 포함한 '집단토론', '1:1 토론', '1:다수 토론' 등이 그것이다. 이런 여러 토론방식을 두루 익혀둬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 대학마다 토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토론방식을 미리 알아두고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학뿐 아니라 영재학교 역시 토론을 주요 전형으로 활용하고 있다. 캠프를 통한 집단토론은 지원자의 인성, 문제해결력, 과학적 태도, 리더십, 협동심 등을 평가하는 요소다.
한양 사대부고, 민족사관고, 청운고 등 자율형 사립고를 비롯한 외고와 국제고 역시 토론식 수업, 토론을 통한 통합 교과형 논술 등 학교 교육으로 토론의 기회를 확대했다.
명문대 수시에서도 토론식 면접의 등장은 빠지지 않는다. 카이스트, 연세대, 가톨릭대, 한양대, 아주대 등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한 학교들의 심층면접과 올해로 3회째 맞는 건국대 '1박2일 합숙 심층면접' 역시 대표적인 토론식 면접의 하나다.
건국대 김경숙 입학사정관은 "6명 이하의 응시자들이 20~30분간 찬반토론을 벌이게 된다. 이때, 입사관들은 '응시자가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지' '주제에 적합한 논의를 하고 있는지'를 주로 살핀다. 그래서 다른 학생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기보다는 주제의 흐름을 읽고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통해 설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거나 상대의 의견을 얼마나 반박했는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초·중등 주말 디베이트 클럽
조선교육문화센터(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는 9월 24~25일 무박 2일간 실전 토론 캠프인 초·중등 디베이트 클럽을 각각 진행한다.
●문의: (02)1661-7833 http://edu.chosun.com/edu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