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안에 평화와 위로를 담습니다. 벽은 허물어지고 마음은 열리지요."

트윗에 한 번 쓸 수 있는 글자는 140자. 그러나 이들에게 140자는 결코 짧지 않다. 따뜻한 위안이, 마음속에 둘 잠언이, 삶에서 깨달은 진리가 들어 있다. 팔로어 4만6000명이 넘는 조정민(60) 목사, 3만명이 넘는 혜민(慧敏·38) 스님, 1만2000명이 넘는 고(高) 율리안나 수녀는 개신교·불교·천주교의 대표적인 '트위터 스타'다.

이들은 서로 닮았다. 종교인을 대할 때 사람들이 느낄지 모를 마음의 문턱을 낮추려 애쓴다. 자기 종교색을 일부러 드러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욕설 공격도 재치로 받아넘기고, 절대 '블록'(트윗 막기)이나 '언팔'(팔로잉 끊기)을 하지 않으며, 1대1 쪽지를 통한 신앙과 인생 상담에 적극적인 것도 공통점이다.

조정민 목사 "30분 설교도 남는 건 딱 한 줄"

"부자와 지식인들이 잘 차려입고 회당에서 예배 드릴 때, 예수는 산과 들을 다니며 예배를 삶의 현장으로 끌고 나오셨죠. 교인은 물론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하는 언어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름 날린 방송기자였던 기독교 선교방송 CGN TV 대표 조정민(60) 목사는 2007년에 목사 안수를 받은 '늦깎이 목회자'다. 그는 "설교를 30분, 1시간 해도 사실 듣는 사람 마음에 남는 건 딱 한 줄이다. 그런 면에서 트위터는 짧은 설교이자 기존의 목회를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통로"라고 했다. 잠언이나 묵상록처럼 읽히는 짧고 깊이 있는 그의 트윗은 리트윗(자기 팔로어에게 다시 보내기)이 많이 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 목사는 지난 30일 트위터 글들을 모아 '사람이 선물이다'(두란노)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그는 "기자일 땐 주로 '나쁜 뉴스(bad news)'를 전했지만 지금은 주로 '좋은 뉴스(복음·Good News)'를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그의 트윗엔 종교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저는 트윗 대화명대로 여전히 '구도자(a seeker)'이니까요. 하나님이 찾으시는 누군가를 저도 찾아나설 뿐입니다. 트윗 공간의 짧은 글에서 섣불리 신앙을 강요하기보다는, 삶에서 신앙·말·실천으로 온전함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혜민 스님 "짧은 깨달음을 일기처럼"

혜민(慧敏·38) 스님은 여러모로 스타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박사를 했고 현직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인 데다, 외모도 출중하다. 혜민 스님은 "스님은 대하기 어렵고, 심지어 무섭다고들 생각한다. 산속에 갇혀 사는 외골수, 어려운 한자말만 쓰는 고리타분함, 그런 선입견을 넘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저 제 마음 거울에 그때그때 비치는 모습을 일기나 편지 쓰듯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 형제들에게 쓰는 것뿐입니다."

스님에게는 매일 상담 요청이 쏟아진다. 누군가가 너무 미워서 죽여버리고 싶다는 이는 "그 사람뿐 아니라 자신도 죽이는 일"이라고 말렸고, 친구와 절교하겠다는 사람에겐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 말'은 하지 말라. 좋은 추억까지 불살라버리면 인연이 다시 이어지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연애 상담 요청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스님은 "주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밀당'의 기본은 오래 참음이니, 좋거나 언짢다고 감정을 마구 드러내지 말고 상대를 배려하라는 말"이라고 했다. "승려가 돼 보니 주변 신도들의 삶 속 고통에 마음이 많이 가요. 그런 분들의 손을 잡으려는 마음이 많아질수록 내가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트윗은 제가 세상을 향해 내미는 손인 셈이지요. 좀 교과서 같지만 진짜 그래요."

고 율리안나 수녀 "친구가 되어드릴게요"

지난 6월 한국순교복자수녀회(대전관구) 고 율리안나 수녀는 트위터 쪽지를 하나 받았다. '희망이 없다. 날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죽어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나이도 사는 곳도 알 수 없었다. 수녀의 마음이 급해졌다. 쪽지를 보냈다. "희망을 놓지 마세요. 자매님이 희망을 놓으시면 주님께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어요. 제가 자매님을 위해서 기도해 드릴게요.…." 마음만 졸이던 수녀에게 다음 날 쪽지가 왔다. "하루 내내 울었어요. 나를 위해 기도해줄 사람이 있구나. 정말, 다시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율리안나 수녀는 트위터 세계에서 '양천성당 천사수녀님'으로 통한다. "예수님은 병든 사람, 아픈 사람, 죄인과 당신을 미워하는 적들까지 안 만나는 사람 없으시고 안 간 데 없으셨어요. 그를 따라 살려는 수도자 역시 사람을 만나고 위로할 수 있는 통로는 많을수록 좋지요."

율리안나 수녀의 글은 감성적이고 따뜻하다. "힘들어하는 자매님, 형제님, 상처에 제가 사랑과 위로의 약을 발라드리겠습니다. 호~호~♥ ^^" 같은 식이다. 읽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무엇보다 트윗을 통해 젊은이들을 만나고 위로하고 마음을 나눌 때 수녀는 가장 행복하다. "눈이 어두워지고 손가락에 힘이 떨어져 독수리 타법으로 트윗을 날려야 할 때까지도 '폭풍 트윗'은 영원할 겁니다." 율리안나 수녀는 "아마 내가 죽으면 비석에 '트위터 열심히 했던 수녀님'이라고 쓸지도 모른다"며 맑게 웃었다.

['140자의 마술' 트위터를 아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