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바다나 폭풍우가 무서운 것도 아니고요. 문제는 정신력이죠."

미국의 60대 시각장애인이 혼자 보트를 타고 세계일주 항해에 나선다. 데니스 하워드(62·사진)씨는 오는 10월 말 길이 6.1m(20피트) 보트인 '아발로(Avalo)'호를 타고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해 세계일주 항해를 할 예정이라고 CNN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선원이었던 하워드씨는 오래전 심한 녹내장으로 오른쪽 눈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왼쪽 눈도 5% 정도만 시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내 시력은 일반인들이 오른쪽 눈을 가린 채 왼쪽 눈으로 빨대를 통해 사물을 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시력을 잃었을 때 절망하거나 공포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배를 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바다로 나가는 일이 자꾸 떠올라 항해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워드씨는 세계일주 항해를 결심하고 나서 1년여간 시각장애인 항해자에게 닥칠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보트를 설계했다. 반경 80㎞(50마일) 이내에 다른 선박이 다가오면 경보음이 울리는 자동식별장치(AIS)를 달았고, 기존 디젤 엔진을 태양에너지 충전 모터로 바꿨다. 항법 장비와 무선통신 설비도 모두 태양 또는 바람의 힘으로 움직인다. 항해 최종 목적지는 프랑스로 1년 반~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워드씨는 항해하는 동안 오하이오주(州) 장애아 학교 아이들과 주기적으로 통신하면서 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예정이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