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억만장자가 아이슬란드 북동부 지역 300㎢(9075만평)의 땅을 사들였다. 서울시의 절반 정도 되는 면적이다. 땅이 넓은 아이슬란드라지만 전 국토의 0.3%에 해당한다.
땅을 산 사람은 포보스가 선정한 중국 161위 부자 후앙 누보다. 그의 자산규모는 약 8억9000만달러(약 9547억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이슬란드의 이 땅값으로만 약 10억크로나(약 94억4200만원)를 지불했다. 현재 아이슬란드 정부의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도대체 이 넓은 땅이 왜 필요했을까?
후앙 누보가 밝히는 땅의 매입 목적은 '리조트 개발'이다.
그는 베이징대에 재학하던 1970년대에 아이슬란드 출신 룸메이트와 방을 함께 썼는데, 그를 통해 아이슬란드의 자연환경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당시 그의 룸메이트는 이번 땅 구매와 관련해 후앙누보의 대리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 아이슬란드 외교부 장관이자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시 시장의 남편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친환경 관광단지 조성과 골프장, 호텔 개발에 총 100억~200억크로나를 투입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망했다.
하지만 땅이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단순히 호텔이나 리조트 개발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아이슬란드가 영국과 북미 대륙 사이에 있다는 입지적 조건 때문에 중국이 후앙 누보를 내세워 북대서양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향후 기후 변화로 북극해 항로를 아시아 무역선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아이슬란드가 허브항 역할을 할 것이란 점도 이러한 시각에 힘을 실어 준다. 땅을 산 후앙 누보가 과거 중국 관료 출신이었다는 점도 또 다른 근거다. 그는 중국 선전부와 건설부에서 근무했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번 거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그문두르 요나손 내무장관은 “중국이 세계 각지에서 땅을 사들인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우리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 외교부는 “외국으로부터의 투자는 환영할 일이며 관광산업도 강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계약될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