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 기자]“이제, 우리 길을 찾았다.”
어느덧, 내는 곡마다 음원 1위를 휩쓰는 흥행가수가 된 힙합 듀오 리쌍은 ‘이제 길이 보인다’고 했다. 6집 리쌍표 이별 노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로 음원차트를 석권한지 2년. MBC ‘무한도전’(길)과 SBS ‘런닝맨’(개리)으로 핫한 예능스타로 떠오른지도 수년.
그러나 이들은 의외의 것에서 앞으로의 갈 길을 찾았다. 바로 7집 선공개곡 ‘TV를 껐네..’다.
“타이틀곡 편곡을 아홉번 정도 바꾸다가, 갑자기 ‘TV를 껐네..’라는 곡이 써졌어요. 전 원래 이별 후에 TV도 끄고, 컴퓨터도 끄고 숨는다는 내용으로 만들었는데, 개리가 노래를 듣더니, ‘이건 야시시한 게 어울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새로운 가사가 나왔는데, 나름 새로운 장을 하나 연 것 같아서 뿌듯해요. 반응을 보니까 대중분들도 많이 목마르셨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길)
리쌍은 이 곡을 ‘딱딱이 송’이라고 불렀다. 가사 중 ‘네가 날 딱딱하게 만든다’는 내용 때문이다. 기막힌 은유로, 보통 연인들의 성생활을 절묘하게 풀어낸 이 곡은 ‘이런 곡을 기다렸다’는 호평과 함께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사랑이나 이별 얘기보다 더 평범한 얘기예요. 사랑을 하면, 섹스에 대해서도 얼마나 솔직해야 돼요. 그런데 그런 솔직한 얘기가 그동안 많이 안불러졌으니까, 인디에서 좋은 노래가 많았지만 많이 모르셨으니까, 우리 곡에 반가워해주시는 것 같아요. 심의요? 신경 안쓰고 작업해요.”(개리)
“방송국에서도 ‘딱딱이송’은 갖고 오라는 말씀도 안하시던데요?(웃음)”(길)
가수가 심의를 신경 안 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방송활동이 막히면 저작권료가 많이 안나오고, 그럼 당장 생활고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이런 노래를 해서는 생활이 안되죠. 그런데 우린, 고깃집도 하고 있으니까.(웃음) 깡이 생겼죠. 이제 어느 정도 알려진 가수도 이런 노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길)
물론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확보한 다수의 10대팬들은 리쌍의 노래를 못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허니 패밀리 시절에요. 어린 팬들이 와서 막대사탕을 많이 줬어요. 그걸 받고, 10대팬들에게 익숙해지다보니, 어느 순간 제가 가사를 귀엽고 예쁘게 쓰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개리)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갈 길을 가겠다는 것. ‘TV를 껐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이들에게 더 굳은 확신을 심어준 셈이다.
특히 이번 앨범은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던 참이다. 지난해 무려 20곡을 다 만들어놓고 ‘싹’ 다 엎기도 했고, 타이틀곡 ‘나란 놈은 답은 너다’를 두고 ‘너무 리쌍의 색깔’인가 하고 고민도 했다.
“타이틀곡 같은 경우에는 리쌍의 이별 시리즈인데요. 또 리쌍 색깔이냐고 하는 분들도 계실테니까, 걱정을 좀 했어요. 그래도 전 리쌍 스타일의 진화라고 생각하고요. ‘TV를 껐네..’의 경우에는 야시시한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보면 되죠.(웃음) 앞으로도 계속 나옵니다. 사실 이번 앨범은 방향 잡기가 참 힘들었어요. 메뉴를 정해야 어떤 식당을 갈지 정하잖아요. 그런데 전 한참동안이나 김치찌개를 먹을 것이냐, 된장찌개를 먹을 것이냐 하는 메뉴조차도 정하지 못했었어요. ‘TV를 껐네..’는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하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는데,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걸 보니 이제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길)
“우리 이야기가 곧 너희 이야기다, 라는 리쌍의 모토는 여전해요. 재미있게, 진솔하게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저 역시도 들국화의 ‘행진’을 듣고 인생이 바뀐 기억이 있거든요. 어떤 소재가 됐든, 저와 제 주변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면 여러분께도 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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