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대단한 학생이었어?"

"너무 평범한데 합격할 수 있을까…."

지난 5월 13일 동국대 사범대 부속고등학교(서울 동대문구) 교무실에선 이런 말들이 오갔다. 2012학년도 카이스트 학교장추천전형에 추천할 '학교 대표'로 장준호(18)군이 선발됐는데 평소 학교에서 유명한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군은 자연계열에서 전교 5등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외부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없는 조용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장군은 이런 걱정들을 물리치고 지난 17일 카이스트 학교장추천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전국 771개 고교에서 한 명씩 추천한 학생 중 150명을 뽑는 전형이었다. 대개 고교들은 내신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장추천전형에 지원할 '대표 학생'을 뽑는다. 그래야 뒷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의 '치맛바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공공연히 돈다. 하지만 동대부고는 이런 관행을 깨는 실험을 했다. 학교 내에서 교사들이 참여하는 '사전 입학사정관' 프로그램을 만들어 추천할 학생을 뽑은 것이다.

동대부고만의 입학사정관 전형은 두 달간 진행됐다. 지난 3월 학교 홈페이지와 교실에 지원자 모집을 공고하고 총 3단계 평가 과정을 거쳤다. 심사 과정에 투입된 교사만 13명, 관련 서류만 A4용지 300페이지에 달한다.

학교장 추천전형으로 카이스트에 합격한 동대부고 3학년 장준호(왼쪽에서 세 번째)군이 24일 학교 도서관에서 진학 담당 선생님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장군은 학내사전 입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추천을 받았다.

첫 번째 단계는 서류 평가다. 교사 4명이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를 보면서 학교 수업에 충실히 참여했는지(20점), 전공 적합성(20점), 인성(20점), 성장 가능성·잠재력(40점) 등을 평가했다. 이 과정만 20일 가까이 걸렸다. 여기서 장군이 1등을 차지했다. 장군은 자기소개서에 '수학을 좋아해 수학 교사나 교수가 꿈'이라고 썼고, 교내 수학 동아리 활동, 평소 수학 관련 책을 꾸준히 읽어온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교사들은 "장군이 화려한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전공 분야에 대한 애정·신념이 확실하고, 전공 소양을 쌓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돋보인다"고 평했다.

3단계 전공 심층면접에서도 장군의 창의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면접은 학생들은 30분간 4문제를 풀고 교사가 이에 대해 5~10분간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재현 교사(수학)는 "다른 학생들은 모두 단편적인 교과서 수준의 내용이나 학원에서 배운 듯한 내용을 주로 말한 반면 장군은 나도 생각지 못한 창의적인 답을 했고, 평소 수학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카이스트 윤달수 입학사정관실장은 "동대부고가 힘든 과정을 거쳐 학생을 선발했기 때문에 카이스트 인재상에 맞는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