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양, 여기 보세요. 당기랑 황기 30뿌리 캤어요.”
지난 19일 제주시 애월읍 물뫼농장. 미국인 그렉 샌드포드(28)씨가 쪼그리고 앉아 밭일을 하고 있었다.
검정 티셔츠는 진흙투성이였고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혀 있었다. 농장 주인 양희전(40)씨는 “그렉이 처음 왔을 때는 초보였는데, 이제는 장래 희망이 농부라고 한다”며 웃었다.
그렉은 일하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고 관광하는 워킹홀리데이(일하는 휴일) 프로그램 '우프(WWOOF·세계농장체험)'를 통해 지난달 30일 제주도에 왔다.
우프는 전 세계 농장과 여행자들을 연결해준 뒤 농장 일을 돕는 조건으로 여행자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돈을 아끼려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급여는 없지만 하루 일하면 하루를 쉬거나, 오전만 일하는 조건으로 개인 시간을 보장해준다.
그렉은 매일 오전에 5시간씩 일하고 제주도 관광을 한다.
“일이 끝난 뒤에는 제주도 일주 도로를 자전거로 돌거나 올레길을 걸어요. 제주도는 환상적인 섬입니다.”
우프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의 K-POP(한국 가요) 열풍 등 한류(韓流) 바람까지 불면서 지난 2년 새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우프코리아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008년 90여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 150여명, 2010년에는 350여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500여명이 국내 40여 농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혜란 우프코리아 실장은 “최근 유럽 한류 덕분에 방문을 원하는 유럽 젊은이가 급증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3,4년 안에 한 해 우프 방문객이 10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과 사랑에 빠져 아예 장기 체류하는 이들도 있다. 프랑스에서 온 사무엘(29)은 3개월 일정으로 지난해 4월 입국했지만, 한국의 유기농 농산물을 프랑스로 수출하는 업체에서 일하면서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그는 “한국에 푹 빠져서 떠날 수가 없다”면서 “한국 문화와 농산물을 유럽에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