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저런 커브는 처음 본다".

한화 외국인 투수 데니 바티스타(31)의 파워 커브가 화제다. 지난 7월 한화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데뷔한 바티스타는 빠른 속도로 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12경기에서 승패없이 3세이브 평균자책점 3.75. 하지만 보이는 기록 이상으로 위압감이 대단하다. 12이닝 동안 피안타 8개와 볼넷 4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가운데 탈삼진 22개를 기록했다. 이닝당 탈삼진 2개에 육박하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최고 156km까지 기록한 광속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198cm라는 큰 키에서 내리꽂는 평균 150km대를 웃도는 광속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이 된다. 여기에 컷패스트볼도 최고 146km까지 나온다. 특히 위닝샷으로 쓰는 커브의 위력이 어마어마하다. 최고 136km까지 나오는 속도도 대단하지만 낙폭이 크다. 상대 타자들은 바티스타의 커브에 방망이도 내지 못한 채 멀뚱 바라보기만 하다 당한다.

바티스타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부터 "변화구로 커터와 커브를 던진다"고 이야기했다. 커터가 패스트볼 계열의 공이라면 커브는 전형적인 브레이킹볼. 메이저리그에서 4년간 통산 커브 비율이 7.6%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는 자신있는 변화구로 주저하지 않고 커브를 꼽았다. 바티스타는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커브를 던졌다. 낙폭도 지금처럼 컸다"고 말했다. 바티스타는 커브를 많이 구사하지는 않지만 스트라이크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결정구로 효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올해 잡은 삼진의 상당수가 커브로 잡아낸 것이다.

현역 시절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주무기로 삼은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바티스타의 커브는 대단하다. 그런 속도의 커브는 처음 본다. 바티스타에 비하면 (안)승민이 커브는 커브도 아니다"며 농담을 던진 뒤 "커브의 각도도 보통 선수들과는 다르다. 회전이 제대로 걸리면서 떨어지기 때문에 타자들 입장에서는 더욱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티스타의 공을 상대한 타자들도 "LG 레다메스 리즈보다 볼 스피드는 조금 떨어지지만 커브가 있기 때문에 더 까다롭다"고 입을 모은다.

바티스타 앞에서 필승 계투 역할을 맡고 있는 좌완 박정진도 "바티스타 같은 커브는 정말 처음이다. 그런 볼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더 당황스러울 것이다. 삼진을 당하는 것도 보면 그냥 헛스윙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따라 허리를 숙이다 당한다. 어떻게 저런 커브를 던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신기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박정진은 "실력을 떠나 함께 지내 보니 바티스타는 성격이 좋다. 팀원들과도 잘 어울린다. 뒤에 바티스타가 있기 때문에 한결 편하고, 부담을 덜 수 있다"며 바티스타 효과를 역설했다.

큰 키와 광속구로 화제를 모은 바티스타. 이제는 강력한 파워 커브로 또 다른 화제를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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