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이른바 ‘스폰카페’(성매매 고액 장기계약 알선 카페)를 적발한 서울 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카페 개설자 이모씨 등 2명을 기소하면서 이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한 여성들의 사례를 17일 공개했다.
피해자들 중엔 교사, 대학원생, 항공승무원, 임상병리사 등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여성들도 끼여있었으며, 연봉 7200만원을 받는 전문직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다음은 검찰이 공개한 여성들의 사례.
#1. 연예인 지망생 A(24·대학 휴학)씨는 한 연예기획사에 수백만원 사기를 당한 뒤, 성형수술, 명품 구입 등을 위해 '스폰카페'에 가입했다. 성매매를 권유받은 A씨는 "월 300만~350만원을 받고 싶다"고 말했고, 조건 좋은 남성을 소개해주는 대가로 이씨에게 ‘성 상납’까지 했다.
그러나 A씨가 원하는 ‘월 300만~350만원짜리’ 스폰서는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또 다른 카페에서 알게 된 김모(26·회사원)씨를 통해 ‘1회에 70만원짜리 성매매’를 제의받았다. A씨가 제의에 응하자, 김씨는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며 자신과의 성관계를 요구했고, A씨는 결국 김씨와 성관계를 가졌다.
#2. 지방 방송국에서 리포터로 일했던 B(26·회사원)씨는 '유력 스폰서를 만나 방송가에서 성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카페에 가입한 케이스. 그는 검찰에서 카페 가입 동기에 대해 "방송국 후배에게 자리를 빼앗겼는데, 알고 보니 담당PD와 후배 사이에 성을 매개로 한 스폰관계가 성립돼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이씨가 성 상납을 요구하자 거절한 뒤, 방송에 대한 꿈을 접고 현재는 다른 회사에 취직한 상태다.
#3. 서울 한 대학에서 소위 '얼짱'으로 불리던 C씨는 스폰카페 회원 가운데 '고학생(苦學生)'에 속한다는 게 검찰의 설명. C씨는 고시생 오빠를 뒷바라지하는 홀어머니 아래에서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던 중, 친구에게 스폰 만남에 대해 전해 듣고 카페에 가입했다.
그는 카페를 통해 회사원 주모(27)씨와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주씨는 C씨에게 가짜 금팔찌를 주며 "주차한 차를 가져오겠다"고 말한 후 도망갔다. 검찰은 "C씨가 이후 회사에 취직해 건실하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4. 수차례 사업에 실패한 부모 슬하에서 지방 대학을 다니던 D씨는 성적 우수 장학금까지 받던 성실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D씨는 남자친구에게 대출받은 돈 500만원을 뜯긴 뒤 이별통보까지 받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스폰카페에 가입했다.
그는 스폰 만남을 제안받고 주씨와 성관계를 했으나, 주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카페 개설자 이씨는 회원 가입 과정에서 여성들을 면접한 뒤 외모·직업·소득 등 50여개 항목에 따라 상세히 기록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를 붙잡아 수사를 진행하는 중에도 연봉 7200만원을 받는 지방 거주 전문직 여성이 스폰서를 구한다며 이씨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김희준 강력부장은 “일부 여성은 성매매를 약속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누드사진을 전송하는 순진하면서도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한 달에 수백만원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진 남자라면 왜 굳이 스폰카페를 통해 아마추어 여성과 만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