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최근 시간당 1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의 텍사스주 사정은 다르다. 1917년 이후 최악의 가뭄이 찾아왔다. 본지 8월 11일자 B10면
이번 여름에 우리나라는 집중호우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소말리아·짐바브웨·모잠비크 등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계속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이달 초 텍사스의 한 도시에서 화장실에서 쓴 물까지 정화해서 마시는 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화제가 되었지요.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하루에 최소 1.5L의 물을 마셔야 한답니다. 그럼 평생 동안 대략 얼마만큼의 물을 마셔야 할까요?
자, 이제 문제 하나 낼게요. 키가 1m80㎝인 어른이 있고, 그 옆에 가로 5m, 세로 4m, 높이 2m의 물통이 있어요. 이 남자가 죽을 때까지 이 물통에 있는 물만 마시고 산다면 물이 모자랄까요, 남을까요? 평생 마시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라고요? 과연 그런지 살펴봐요.
성인 남자가 하루에 마셔야 하는 1.5L(리터)가 어느 정도의 양인지 알아보려면 부피와 들이의 개념을 알아야 해요. 여러분이 마시는 우유가 200mL, 1000mL 단위로 포장돼 있는 것은 알고 있지요? 생수병은 1.8L이고 콜라는 1.5L 용기에 담겨 있군요.
들이 : 부피
1mL=1㎤
1L=1,000㎤
1kL=1,000,000㎤=1㎥
여기서 mL(밀리리터)와 L(리터)는 들이(용적)의 단위예요. 들이는 어떤 용기(그릇)에 담을 수 있는 최대량을 말하지요. 따라서 1000mL짜리 우유는 우유팩의 부피가 1000mL라는 것이 아니라, 우유 팩 안에 담을 수 있는 양이 1000mL라는 것을 뜻하지요.
부피와 들이는 같은 의미로 생각했기에 헷갈린다고요? 부피와 들이가 사용하는 단위가 같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렵지만, 부피는 '입체가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이고 들이는 '그릇 안쪽 공간의 크기'입니다. 즉, 부피는 내부가 막혀 있는 것을 나타내고, 들이는 안에 물이나 기름 등을 넣을 수 있는 것을 말하지요. 일반적으로 들이를 표현할 때 mL, dL, L, kL를 주로 쓰고, 부피를 표현할 때는 ㎤, ㎥, ㎦를 사용한답니다. 따라서 1㎥(세제곱미터)는 한 모서리가 1m인 정육면체의 부피를 말합니다. 1m가 100㎝이니 1㎥는 100×100×100, 즉 100만㎤와 같지요. 1L는 안치수의 가로·세로·높이가 10㎝인 그릇의 들이를 말하니 1000㎤와 같아요. 다음처럼 들이와 부피의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지요.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 성인 남자가 평생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볼까요? 사람이 하루에 1.5L씩 365일을 마시고 7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1.5L×365×70=38,325L
가 필요하죠. 약 4만L라고 치고 계산해보면, 40000L=40kL=40㎥가 되지요. 아! 가로 5m, 세로 4m, 높이 2m의 물통에 들어가는 물의 양과 같군요. "어? 생각보다 굉장히 적은 양이네요"라고 놀랄 수도 있지만, 순수하게 먹는 물만 계산한 것이니까 여러분이 씻고 닦는 데 써야 하는 물은 이보다 훨씬 많겠지요.
우리나라는 물 걱정 없는 나라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물 부족 국가' 중 하나라고 해요. 비는 많이 오지만 장마철에만 집중되는 데다 정작 쓸 수 있는 물이 적고, 저장할 수 있는 물도 적기 때문이에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부족 사태에 시달릴 것이라고 해요. 이제 여러분은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놓고 양치질하거나 손을 씻어 소중한 물을 낭비하는 일은 없겠지요?
함께 알아볼까요
지난달 말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강원도에 엄청난 비가 쏟아졌어요. 104년 만의 폭우에 도시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고 막대한 피해를 봤어요. 특히 7월 27일에는 무려 301.5㎜의 비가 서울에 내렸다고 해요. 서울시 면적을 약 600㎢이라고 하고 300㎜의 비가 내렸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양이 되는지 알아볼까요? 계산하기 전에 우선 단위를 통일해야겠지요.
서울시 면적 600㎢=600000000㎡, 비가 내린 높이 300㎜=0.3m. 이렇게 단위를 m로 같게 맞췄어요. 이제 서울시 전체를 커다란 통이라고 생각해봐요. 서울시 면적 위에 높이 0.3m로 비가 채워진 것이므로
600,000,000㎡×0.3m=180,000,000㎥
=180,000,000,000,000㎤
180조㎤의 비가 온 것이네요. 아직도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고요? 그럼 1L 우유(약 900mL가 들어 있지만 편의상 1L가 있다고 가정하기로 해요) 몇 개 정도의 양인지 바꿔보세요. 1000㎤가 1L이므로 자그마치 180조개만큼 비가 온 거겠죠.
이 비를 다 저장해서 쓸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되겠지요? 신문에 나온 기사처럼 화장실 물도 벌컥벌컥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물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필터가 개발된다면 말이에요. 이렇게 걸러낸 물을 아프리카로 1.5L 생수병에 담아 보낸다면, 180조÷1.5L=1200억이니까 1200억명이 한 병씩 마실 수 있는 양이 되겠네요. 아프리카 인구가 약 9억이라니까 약 134일을 마실 수 있는 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