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에 위치한 '공군성남기지'는 1970년 건설된 군용비행장이다. 이곳은 군용기뿐 아니라 대통령 전용기나 외국 귀빈 등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서울공항'으로 불린다. 유사시에는 국가의 핵심 지도부가 이동할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비행장이기도 하다. 최근 이런 서울공항을 민간공항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서울공항 명칭 변경과 민·군 공동활용을 위한 범시민 대책위원회(서울공항대책위)'는 민간공항 유치가 지역 발전과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공항 이착륙 동선에 있는 판교신도시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우려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한 시민단체가 발표한 서울공항 민간 활용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성남시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입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공항으로의 활용방안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성남시 수정구 '서울공항'.

40년간 고도제한으로 피해

지난달 3일 발족한 서울공항대책위는 지역발전과 세수 증대를 목표로 명칭을 '성남공항'으로 변경하고, 이를 민간공항으로도 활용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서울공항 이전이 어렵다면 차라리 시민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대책위측은 "서울공항에 민간공항을 유치하면 공항 이용시간 절감과 매출·부가가치·고용 증대 효과는 물론 최대 1조원의 세수입이 발생해 성남 발전을 꾀할 수 있다"며 "지난 40여년간 고도제한으로 도시발전이 가로막힌 것에 대한 피해 보상 차원에서라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공항 주변은 서울 강남권이 인접해 있어 항공 수요가 충분하며, 판교 테크노밸리의 전자·기계·자동차 부품산업을 기반으로 항공우주 부품개발의 핵심단지로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앞으로 국방부와 국회 국방위원회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서울공항 활용을 위한 시민토론회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한나라당 신상진(55·성남중원) 의원이 '성남발전과 서울공항의 민군 공동 활용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성남시민회관에서 열었다. 신 의원은 토론회에서 "시민의 단합된 힘과 지혜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서울공항 주변 고도제한 문제를 해결했다"며 "성남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핵심인 서울공항의 민군 공동 활용에 대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 11월 경기개발연구원은 '서울공항의 민간항공 활용을 위한 타당성 분석' 연구보고서에서 적정 소음 이하의 저가항공 목적으로 공항을 개방하면 수요가 충분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시민 56.8%가 반대

서울공항 활용에 대한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민의 절반 이상은 서울공항의 민간공항 활용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시민사회포럼이 타임리서치와 공동으로 성남시민 1016명(전화조사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8%가 민간항공기 이·착륙 허용에 반대했다. 찬성은 30.1%로 나타났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3.2%였다. 특히, 서울공항 이·착륙으로 소음피해가 큰 고등·시흥·신촌·판교동이 포함된 분당·수정구 지역은 각각 62.9%와 57.4%로 반대 의견이 평균보다 많았다.

서울공항 문제와 관련해 선행돼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공항 인근지역 소음피해 대책 수립(25.1%) ▲민간 항공기 이착륙 허용을 통한 활용가치 제고(24.5%) ▲고도제한 규제로 인한 재산권 피해 해소(24.1%) ▲타 지역으로 공항 이전(15.7%) 등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시민들은 서울공항의 소음피해에 대한 대책에 가장 큰 공감을 보였다.

최만식(41·민주당) 성남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은 "서울공항 민간개방은 시민에게 엄청난 소음피해를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재산권 및 주거환경권, 아이들의 교육 학습권, 시민 건강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남시도 서울공항의 민간공항 활용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시는 민간항공을 유치하면 현재 하루 70회의 이착륙 횟수가 더욱 잦아져 서울공항의 소음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손순구 시 건설교통국장은 "서울공항을 민간공항으로 활용하는 문제는 성남시민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크게 엇갈리는 문제"라며 "시민들을 위해 어떤 방향이 더 도움이 되는지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