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명주 기자] 미국은 겉에서 보면 가장 평등하고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지만 알고 보면 다른 문화에 무척 인색한 곳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색 인종이 성공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켄 정이 거둔 성공은 무척 특별하고 이례적으로 다가온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코미디 배우인 그는 2007년 드라마 '사고친 후에 시즌2'로 데뷔한 이래 '파인애플 익스프레스', '스텝 브라더스', '커플 테라피: 대화가 필요해'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인지도를 쌓다 영화 ‘행오버 1’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를 통해 지난해 ‘MTV영화제’에서 ‘최고의 황당한 순간상’을 수상키도 했다.

올해 그의 활약은 더욱 빛이 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트랜스 포머 3’에서 주인공 샘 윗윅키(샤이아 라보프)의 변태 스타일 직장 상사 제리 왕으로 출연, 매력을 십분 발휘한 데 이어 오는 25일 국내 개봉하는 ‘행오버 2’를 통해서는 사건의 실마리를 쥔 아시아 마피아 두목 미스터 차우 역을 맡아 특유의 코믹 연기를 펼친다.

자신의 성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건 본인도 잘 알고 있는 부분. 그는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운도 좋았다. 무엇이든지 성공하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운 역시 참 좋았던 것 같다”며 “(다른 인종이)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돌이켜 보면) 적시 적소에 (내가) 있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보면 재능 있는 사람 굉장히 많은데 난 운이 좋아 성공을 맛보게 된 게 아닌가 한다”고 설명했다.

켄 정의 새 영화 ‘행오버 2’는 미국 개봉 당시 같은 주말 개봉한 ‘쿵푸팬더 2’를 누르고 북미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오프닝만으로 8600만 달러(한화 91억 원) 이상을 벌어들여 ‘매트릭스: 리로리드’에 이어 R등급 영화 오프닝 기록 중 역대 2위를 기록한 작품. R등급인 만큼 농도 짙은 씬들이 많고 미국식 개그 코드가 담겨 있어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국가에 따라 코미디의 취향 역시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이제껏 봐온 코미디와 상당히 다르겠지만 ‘행오버’ 시리즈가 한국 코미디 계에도 새 바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행오버식 코미디도 재밌다고 (인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영화에선 이상한 캐릭터지만 현실에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입니다. 한 때 의사였기도 하죠. 미스터 차우는 그저 연기한 것일 뿐이에요. 내 아버지는 김천이 고향으로 대구에서 자라셨고 어머니는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았지만 내 영화를 좋아합니다. 현실의 나와 영화 속 미스터 차우 구분해서 보시기 때문이죠. 한국인들에 내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행오버 2’에서 켄 정은 전편에 이어 또 다시 알몸 연기를 펼친다. 주요 부위 노출을 전면에 내세워 보는 이를 당혹케 한다. ‘꺼려지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No”라는 그의 대답이 곧바로 들려왔다.

“(1편 알몸 노출은) 내 아이디어였어요. 원래 대본에는 팬티만 입고 뛰쳐나오는 것이었는데 감독에게 제안했습니다. 그 당시 아내는 유방암 3기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었고 쌍둥이들은 한 살이었어요. ‘행오버’ 제안이 왔을 때 이걸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아내가 적극 지지해줬습니다. 아내 생각엔 심신이 지쳐 있는 내가 영화 출연으로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적극 추천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찍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아내의 암 투병 통해 느낀 건 인생은 짧고 남의 이목이 두려워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10년 전이라면 못했겠지만 용감한 결정을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아내와 상의하는데 (옷을 벗는 데 대해 아내에게) 허락 구하고 벗었어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아내가 완쾌됐고, ‘행오버 1’ 출연으로 ‘트랜스포머 3’와 ‘행오버 2’, 드라마 ‘커뮤니티’ 등에 출연할 수 있었어요. 내겐 굉장히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한편 '행오버'는 ‘숙취’라는 제목처럼 필름 끊긴 지난 밤 생긴 일 때문에 겪는 술 먹은 다음날의 고통을 다룬 코미디물. 총각파티 후 신랑이 사라졌던 전편에 이어 이번에는 방콕에서 다시 한 번 '행오버'를 겪는 내용을 담았다. 오는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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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