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은 먹고픈데 번호를 몰라. 모르면 외쳐야지 114. 업종만 물어봐도 114. 지금 당장 눌러줘요 114. 전 국민 대표번호 114.”
대리운전 광고에 등장해 해당 업체를 업계 1위로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 개그맨 강성범이 최근 114 번호안내 서비스 광고에 등장했다. 114 번호안내 서비스 광고는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라디오 전파를 타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민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번호 114가 스타를 동원해 광고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번호안내 서비스의 역사는 193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6년 동안 번호안내 서비스를 도맡아 왔으니 국민들에게 각인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데 철옹성 같은 114가 1990년대 후반부터 끝모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997년 114 번호안내 서비스가 유료화되면서 114는 점차 사람들에게 멀어졌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114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존에 KT에서 운영하던 114 번호안내 서비스는 KT가 민영화됨에 따라 KT에서 분사(分社)한 KTIS와 KTCS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을 KTIS가, 그 밖의 지역을 KTCS가 운영한다. 그런데 이들 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114 번호안내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 15%에 그치고 있다. KTIS 관계자는 “예전에는 114로 얻는 수익이 매출의 전부라고 볼 정도였다”며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때문에 114 번호안내 서비스 자체는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114가 최근 광고까지 하는 이유는 114 안내시 우선번호를 안내하는 '지역광고' 때문이다. 이를테면 114에 전화를 걸어 ‘신당동에 있는 떡볶이집 전화번호’를 물을 경우, 114에 광고를 요청한 업체를 우선 안내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KTIS의 매출 중 지역광고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3%에 달했다. KTIS 관계자는 “114 자체로는 수익이 없지만, 광고주들이 방대한 114의 데이터베이스를 믿고 광고를 요청한다”고 했다. 114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로부터 받는 이용료 대신 광고 사업을 해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서울 지역의 경우에는 114 대신 서울시 민원전화인 ‘120 다산콜센터’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20 다산콜센터는 전화번호 안내뿐 아니라, 교통, 문화행사 등 각종 생활정보를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20 다산콜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도 114 번호안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KTCS와 KTIS다. KTIS 관계자는 “다산콜센터뿐 아니라 각종 공공기관과 은행 등의 콜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수십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국내 최대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114 번호안내 서비스는 전화번호 안내 이외의 정보를 안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해 특수번호인 114는 번호 안내 이외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114를 비롯한 특수번호는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히 지정된 것”이라며 “당초 취지와 달리 용도를 확대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애초 114는 국가기관이 사용하던 번호”라며 “KT가 민영화된 상황에서 특수번호인 114의 용도를 확대할 경우 다른 사업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번호안내 서비스 이외에 생활 안내 서비스까지 할 수 있지만, 특수번호 114라는 특성 때문에 서비스 확대는 불가하다는 것.
이 때문에 KTIS와 KTCS는 114 우선안내 서비스 등 수익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KTIS는 ‘마케팅전문기업’을, KTCS는 ‘토탈컨택서비스기업’을 표방하며 114 번호안내 서비스뿐 아니라 콜센터 아웃소싱, KT유무선 상품 및 선불카드 사업, IT기기와 휴대기기 유통 사업 등을 하고 있다. KTIS 관계자는 “114 번호안내 서비스가 유료임에도 수익이 거의 없기에 사업 다각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