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람들의 삶의 품격을 한단계 더 높여줄 '부산시민공원'이 드디어 첫 삽을 뜬다. 부산진구 양정·연지·범전동 일원 옛 캠프 하야리아 미군부대 터 52만8278㎡(16만여평)에 들어설 이 공원은 산지가 많은 부산의 서면권 도심 평지에 자리한 것이 특징이다. 위치로도 부산의 한가운데쯤 된다.
기공식은 11일 오후 2시 공사 현장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허남식 부산시장,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 주한 미국대사 등 각계 인사와 시민단체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2005년 5월 공원 조성을 위한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간 이후 6년 3개월여 만이다. 캠프 하야리아 기지 폐쇄(2006년 8월) 이후 꼭 5년이 흘렀다.
6494억원(부지 매입·보상 4475억원, 공원조성 1135억원, 주변도로 개설 884억원)이 투입될 공원 조성 공사는 2014년 6월 마무리될 계획이다. 부산시는 이 공원 조성 사업에 '100년 만의 재회'라는 별칭을 붙였다. 일제강점기 동안 육군훈련소·경마장, 해방 후 미군부대 등지로 쓰이면서 시민들에겐 금단의 땅이었던 이곳이 100년 만에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 왔다는 의미를 담았다.
◆세계적 수준의 도심공원으로
세계 공원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 제임스 코너(James Corner)가 공원 설계를 했다. 공원은 기억,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 등 5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근·현대도시 부산의 100년에 아로새겨진 기억, 그 100년이 빚어낸 문화, 시민들이 어우러져 현대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즐거움과 자연, 참여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가 현재와 소통하고 현재가 미래로 도전하는 '시간의 마술'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다.
공원 서쪽 끝엔 부전천이 흐르고 한가운데엔 대규모 잔디광장이 만들어진다. 잔디광장 동쪽 편으론 부전천이 휘돌아 나간다. 서쪽부터 동쪽으로 기억, 문화, 즐거움, 자연, 참여의 숲길이 하천과 잔디광장 등을 싸고 돌면서 활모양 곡선으로 만났다 비껴가는 모양으로 기본 골격을 이룬다.
기억의 숲엔 청동기 시대부터 캠프 하야리아까지 공원 터에서 나온 유물과 관련 사료 등을 전시하는 역사문화관, 25m 높이의 랜드마크 폭포, 굴뚝과 철조망·벽돌 등 캠프 하야리아 잔존물로 조형한 굴뚝정원과 기억의 벽 등이 들어선다. 문화의 숲엔 첨단 도서관인 미디어데크, 문화예술원, 야외 공연장 등 숲 문화시설 등이 조성된다. 국립극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
즐거움의 숲은 운동기구를 갖고 놀면 전기를 만들어 밤에 가로등을 밝힐 수 있도록 하는 등 '그린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어린이 놀이마당, 다목적 놀이마당, 인터랙티브 정원 등의 시설을 갖춘다. 자연의 숲은 자연형 숲과 녹지, 자연체험장, 야생초화숲, 생태호수, 음악분수, 전포천에 접한 도심백사장, 전망대 등으로 이루어진다.
참여의 숲엔 시민들이 가족·모임 단위로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거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모임·축제광장, 참여정원 등이 들어선다. 부전천은 성지곡수원지로부터 오는 물길을 돌려 공원 서쪽 가장자리를 흐르며 호수처럼 보이게 하고, 전포천은 인근 KTX 지하 용출수를 흘려보내 시민들이 맑은 개천을 즐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밖에 최첨단 4D 입체영상 기술을 즐길 수 있는 '4D 체험관', 이용자의 동작을 인식해 카레이스 등 게임을 할 수 있는 '동작인식기반 가족형 놀이공간', 랜드마크 폭포를 이용한 '워터 스크린'과 같은 첨단 IT기술을 활용한 시설들도 설치된다.
부산시 김형균 창조도시본부장은 "부산시민공원 조성은 단순히 대규모 도심 공원을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산 근·현대사 100년을 결산하고 새로운 100년을 향한 미래의 첫 단추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지역 도심인 서면권을 재생, 도시공간을 미래형으로 바꾸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 주변 뉴타운 개발 어떻게 돼가나?
부산시는 2007~2008년 직사각형 형태인 시민공원의 외곽 지역 89만5970㎡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 뉴타운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지역은 노후 주택들이 밀집한 곳. 세계적 수준의 공원을 싸고 도는 주변 지역을 깔끔하게 재정비하자는 것이 부산시의 구상이다. 테라스 하우스, 60~65층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등을 짓고 주변에 널찍한 녹지와 개방공간을 갖추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2009년 12월 재정비지구 5개 구역 중 3개 구역의 주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부산시는 지난해 3월 기반시설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아직 주민들의 재개발조합 설립이 되지 않고 있는 데다 일부 주민들이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해제해달라"며 뉴타운 개발을 반대하고 있어 이 사업은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는 이에 따라 오는 10~12월 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 및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방향을 다시 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