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세계 최초의 여성 K1 선수인 임수정이 지난달 12일 일본 지상파 방송 TBS의 ‘불꽃 체육회 TV2011’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성 코미디언 3명과 3분 3라운드의 대결을 벌인 영상 캡처화면.

세계 최초 여성 K1선수인 임수정(26) 선수가 보호장구도 없이 일본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세 명의 남성과 싸워 '집단구타 논란'이 이는 가운데, 임 선수와 싸웠던 일본 개그맨이 "녹화가 있기 전부터 한 달간 매일 체육관에 다녔고, 진짜로 싸웠다"고 고백했다.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는 녹화 전, 임수정에게 “화려한 기술만 보여주면 되는 일종의 ‘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보도에 따르면 경기 시작 8초 만에 임수정에게서 첫 다운을 끌어낸 오도리 카스가는 "한 달 정도 시합 때까지 매일 체육관에 다녔다"면서 "앞차기를 맞은 임 선수가 '붕' 날아갔을 때 '이건 (승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K1 무대에 섰던 전직 프로 선수였다. 임수정보다 30kg 이상이 더 무거웠고 머리에는 보호 장구까지 착용했다.

반면 제작진은 임수정에게는 무거운 글러브를 끼웠으며 보호장구도 착용할 수 없게 했다. 제작진은 또 경기 시작 직전까지 “(상대방의) 얼굴을 살살 때려달라”, “얼굴을 때리지 말아달라” 등의 주문을 했다가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나온 임 선수에게 3명의 일본 남자 개그맨들이 번갈아가며 덤빈 것이다.

이에 방송제작자 관계자는 “방송에선 전부 ‘진검 승부’ 방식으로 경기한다”면서 “임 선수 측에도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수정은 앞선 조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화려한 기술만 보여주면 되는 일종의 ‘쇼’라고 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녹화에 나섰는데, 갑자기 격투선수 출신이 정색하고 덤벼들었다”면서 “너무 속상하고, 분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임수정은 “지난 경기에서 무릎을 다쳤다”고 알렸지만, 방송사 측은 “어차피 쇼니까 아무래도 괜찮다”며 출연을 거듭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임 선수는 이번 경기로 독일 시합에서 당한 부상이 더욱 심해졌다. 왼쪽 정강이 안쪽 부분의 근육이 파열됐고, 피가 고여 완전히 회복되는 데까지 두 달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임수정은 무엇보다 프로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구겨진 게 분하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에게 ‘여자 선수 수준은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준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혼자서 인터넷에 올릴까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프로선수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준비돼 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제가 잘못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이렇게 알려져 버려서 창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