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여성 말라 쿠퍼가 40년 전 발생한 미 여객기 납치 사건의 진범이 확실하다고 주장한, 말라의 삼촌 린 도일 쿠퍼

40년 전인 1971년 미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시애틀로 가는 보잉 727 노스웨스트항공 305편에, 한 40대 중반의 댄 쿠퍼(Dan Cooper)라는 사람이 일방 티켓을 사고 탑승했다. 그해 추수감사절 전날인 11월 24일이었다.
그는 버번을 시켜 마시고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잠시 뒤 승무원을 불렀다. 쿠퍼가 건네 준 쪽지엔 "내 서류가방에 폭발물이 있다. 필요하면 사용할 것이다. 내 옆에 앉아라. 당신은 납치된 것이다"고 쓰여 있었다. 각종 전선과 실린더도 보여줬다.

D.B.쿠퍼로 불린 이 여객기 납치 사건의 시작이었다.
짙은 색 외투 차림에 180cm 안팎의 키인 이 40대 범인은 그날 오후 승객 36명을 인질로 잡았고 20달러짜리 지폐로 현금 20만 달러와 낙하산을 받은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승객들을 풀어줬다. 그러나 이 비행기는 범인과 승무원을 태우고,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밤 8시13분, 이 여객기가 시애틀과 네바다 주 리노 사이 3000m 상공을 지날 무렵 이 여객기의 뒤쪽 비상구가 열렸고, 범인은 낙하산을 펼쳐 그 아래 미 대륙 북서부의 삼림 지대로 뛰어내렸다.
범인은 이후 잡히지 않았다. 다만 그가 받았던 현금 중 일부가 불에 탄 채 미 콜로라도 강에서 발견됐다.

납치범이 인질값으로 받은 20달러짜리 지폐 중에서 일부 불에 탄채 발견된 화폐

이 사건은 지난 40년간 미제(未濟)였다. 일부가 재로 발견된 현금은 범인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불을 지피려고 쓴 것일까. 범인은 누구였을까. 범인은 과연 살아남았을까. 미 연방수사국(FBI)은 꼬리를 무는 의문을 풀려고 무려 1000건이 넘는 단서를 다 좇았지만, 끝내 이 사건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심지어 2008년 태평양 인접 미 삼림지역에서 낙하산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제조 연도는 납치사건 이후인 것으로 드러났다.

말라 쿠퍼

그런데 40년이 지나, 자신을 린 도일(L.D) 쿠퍼의 조카라고 밝힌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말라(Marla) 쿠퍼라는 여성(48)이 3일 abc 프로그램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삼촌 L.D. 쿠퍼가 1971년 사건의 납치범으로 알려진 'D.B. 쿠퍼'와 동일 인물이라고 확신한다"며 "삼촌은 한국전 참전용사지만 낙하산 부대원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말라는 이 방송과 이후 CNN 등에 그녀의 아버지가 1995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 "삼촌이 비행기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얘기했고, 어머니도 2009년 "L.D. 쿠퍼가 D.B. 쿠퍼와 동일인이라는 의심을 늘 품었다"고 말했다.
그의 삼촌 린 도일은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미국 북서부에서 기타 가죽끈을 만들며 살다가 1999년 교통사고로 숨졌다.

말라는 흐릿하게 8세였던 1971년 추수감사절 즈음에 L.D. 쿠퍼가 또 다른 삼촌과 함께 칠면조 사냥을 나갔다가 다음날 “교통사고가 났다”면서 피 묻은 티셔츠를 입고 돌아온 것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말라는 “L.D. 쿠퍼 삼촌이 ‘우리가 해냈다. 돈 문제는 해결됐다. 우리가 비행기를 납치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해 믿을만한 단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이 단서가 말라의 증언과 관련 있는지는 확인을 거부했다.
FBI의 조사 결과 만약 말라의 증언대로 L.D. 쿠퍼가 D.B. 쿠퍼와 동일인물임이 밝혀진다면 미국에서 발생한 비행기 납치 사건 중 유일한 미제사건인 1971년 노스웨스트항공 305편 납치사건의 범인이 한국전 참전용사 출신이 되는 셈이다.

과연 범인은 살을 에는 그 추위에 상공에서 뛰어내려 살아남았고, 이후 28년을 ‘평화롭게' 살다가 죽은 것일까. 지금으로선 당시 범행을 증명할 ’증거'는 하나도 없다. 당시 8세였던 한 중년 여성의 기억뿐이다. 그러나 미 언론은 이 여성의 증언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