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국야구에게 8회는 약속의 시간이었다.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 결승전에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결승 스리런 홈런 모두 8회에 나온 것이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일본과 3·4위전에서도 이승엽의 2타점 결승 2루타가 터졌고,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본선 일본전에서 이승엽의 결승 투런 홈런과 이종범의 2타점 2루타도 모두 8회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준결승에서 터진 이승엽의 결승 투런포도 역시 8회에 작렬된 한 방이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삼성이 역전의 명수로 거듭나고 있다. 그것도 8회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 26일 광주 KIA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8회 2사까지 삼성은 KIA 선발 트레비스 블랙클리에 막혀 1-2로 끌려갔다. 하지만 2사 후 최형우의 안타로 트레비스를 강판시킨 후 KIA 마무리투수 한기주를 상대로 4연속 안타를 몰아치며 대거 4득점하며 5-2 역전승을 거뒀다. 8회에만 5연속 안타로 4득점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올해 삼성은 역전승이 가장 많은 팀이다. 47승 중 무려 27승이 역전승이다. 6회 이후 뒤집은 경기가 14승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팀도 삼성이다. 특히 8회에 역전한 경기가 가장 많았다. 무려 6차례나 8회 승부를 뒤엎었다. 9회에도 4차례나 역전했지만 이 부문은 한화가 5차례로 1위. 하지만 확실하게 8~9회를 지킬 수 있는 삼성은 8회에 승부를 뒤집음으로써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짓는다.

득점 분포도에서도 잘 나타난다. 삼성은 8회 득점이 48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많은 KIA(43점)보다 5점이나 많으며 KIA보다는 6경기나 덜 치렀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삼성은 6회 이후 득점도 171점으로 리그 최다. 6회에 가장 많은 52점을 올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대로 8~9회 실점은 20~11점으로 8개 구단 중에서 가장 적다. 뒷문 불안에 시달리는 KIA가 8~9회 실점이 42점~30점이나 되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두드러진다. 승부가 뒤로 갈수록 삼성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만족할 수 없는 위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역전승에 많은 것에 대해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는 좋게 볼 수 있다"면서도 "역전승은 선발들이 점수를 주고 타자들이 초반에 득점을 뽑지 못했다는 뜻이다. 뒤에서 득점하려 하지말고 집중력을 갖고 앞에서 득점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불펜들이 좋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하지만 류 감독의 바람과는 반대로 삼성은 연일 뒤에서 승부를 짓고 있다. 역전승이 많아졌기 때문에 삼성 야구는 훨씬 더 짜릿하고 재미있어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