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앨범 재킷

걸그룹 미쓰에이(MISS A) 하면 늘씬한 다리가 떠오른다는 남자 팬들이 많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고집스레 멤버들의 각선미를 재킷에 내세우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몸만 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작년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MAMA) 여자신인상과 올해의 노래상, 올해 초 음악성을 깐깐히 따지는 한국대중음악상 댄스 일렉트로닉 부문 노래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검증받은, 흔치 않은 '음악성 있는 아이돌'이다.

지난 18일 정규 1집 '에이 클래스(A Class)'를 내자마자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는 미쓰에이를 22일 만났다. 1집은 감상용으로도 괜찮은 음반이다. 듣기만 해도 어깨가 들썩여지는 박진영표 댄스곡 '굿 바이 베이비'를 비롯, R&B(헬프 미), 일렉트로닉(미스터 쟈니), 유로 댄스(하나부터 열까지) 등이 어우러져 맛깔스럽되 부담스럽지 않은 뷔페 같다. 한국인 수지·민, 중국인 지아·페이 등 4명의 멤버 중 전날 케이블TV 생방송에서 발을 다친 지아는 함께 하지 못했다.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평가가 많다.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도 내나.

"아직은 받은 노래를 해석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100% 수동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적극 요청한다. 그래서 댄스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노래에 도전했고, 발라드곡(멍하니)도 부를 수 있었다."

수지 "박진영 작곡가님이 직접 타이틀 곡 '굿바이 베이비'를 써줬다. 그런데 데모곡의 임팩트가 이전보다 덜한 것 같아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와 닿는게 없으면 엎고 다시 하자'고 흔쾌히 받아들여 주더라. 이번 앨범엔 우리 목소리가 꽤 많이 반영됐다."

―정말 실력파라면 작사·작곡·악기 연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페이 "내 목표가 싱어송라이터다. 노랫말을 쓰려고 떠오르는 생각을 중국어로 써본 뒤 한글로 옮겨보면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공부 더 해야 한다. 얼마 전 트위터에 아이돌 육상대결 프로에 출연한 얘길 올리며 '욕상'이라고 썼다.(웃음)"

"악기도 배워 다음 앨범이나 공연 때는 직접 연주해보고 싶다. 가장 배우고 싶은 악기는 드럼이다."

'미쓰에이'멤버들은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칭찬에 걸맞게 앞으로는 작사·작곡과 악기 연주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왼쪽부터 지아, 민, 페이, 수지.

―가사나 안무에서 여성스러움을 내세우지 않고 도전하는 당당한 모습을 줄곧 선보이고 있다.

"데뷔곡 '배드 걸 굿 걸'도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는 남자친구를 혼쭐내는 내용이다. 우리 노래에 공감하는 여성 팬들이 많더라. 여자의 관점에서 부르다 보니 자아와 공감을 대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해주신다."

―한국인과 중국인 멤버들 간에 문화적 이질감 같은 건 없나.

페이 "잘 지낸다. 다만 요즘은 한국이 냉면의 계절이어서 좀 힘들다. 한국 냉면 맛은 아직 적응하기 어렵다. 비빔냉면은 그래도 참을 만한데, 물냉면은 정말 못 먹겠다.(웃음)"

―중국 멤버들은 한국활동이 4년째다. 고향 생각 많이 나지 않나.

페이 "2007년 고향인 중국 하이난에서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돼 한국으로 왔다. 지아 역시 고향은 후난성으로 다르지만 길거리 캐스팅된 케이스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먹었지만 가수의 꿈을 이뤘고, 부모님에게도 훌륭하게 자란 모습을 보여 드려 기쁘다. 요즘은 식구들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어 좋다. 아직 중국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수지는 얼마 전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었다.

수지 "힘들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악플과 비난도 실력을 키우는 보약인 것 같다. 같은 아이돌이지만 연기 경험이 풍부한 (티아라의) 은정 언니가 많이 도와줬다. 고교 담임 선생님의 조언과 격려도 큰 힘이 됐다. 수학 선생님이라 깐깐할 것 같지만 굉장히 '시크'한 분이다."

"박진영 작곡가님이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사랑받는 사람이 되자고. 인간성부터 갖추자는 것인데, 정말 중요한 조건 같다."

―미쓰에이에게 음악이란.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수지 "힘 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

페이 "잉웨(音樂)…. 기쁠 때도 힘들 때도 같이 있어주는 벗이다."

―재킷에 등장하는 늘씬한 다리는 누구의 것인가.

민·수지·페이 "아, 그 질문 많이 하시는데, 우리 다리 아니다. 사실 누구 다리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