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입으면 한국 패션계가 술렁인다. 그가 하는 소품 하나하나가 '패션 피플'의 예리한 눈을 자극한다. 2011년 현재 국내 패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은 누굴까.
본지 스타일팀이 패션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패션잡지 편집장, 패션학과 교수 등 국내 패션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2011 우리 시대의 패션 파워 랭킹'을 조사했다. 옷을 잘 입고 대중의 패션 스타일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 인사를 '패션 파워'로 규정했다. 응답자들로부터 정치·경제·스포츠·문화·연예계 등 분야 구분없이 5명의 인사를 무순위로 추천받아 다득표 순으로 집계해 랭킹을 매겼다.
◆'패션 퀸' 등극한 피겨 퀸
은반의 여왕은 패션의 여왕이었다. 집계 결과 15표를 얻은 김연아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그동안 '완판(입고 나온 옷이 매장에서 즉시 모두 팔림)' 보증수표로서 패션 영향력을 다져온 그녀가 동계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 때의 'PT 패션'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패션 아이콘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까지 그녀의 패션을 보면 수습기간 없이 정직원이 된 듯 완벽하다" "공적인 자리에서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나이에 걸맞은 발랄함을 지녔다" "감성을 영리하게 표현하는 스타일" 등의 호평이 나왔다. 김연아는 "튀는 패션보다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부감 없는 스타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신이 내린 몸매에 비해 패션 센스는 살짝 평범하고 파격을 시도하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삼성가(家)의 파워
2위는 10표를 얻은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었다. 그의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언니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5표 동률로 공동 5위에 오르는 등 삼성가의 패션 파워가 돋보였다. 이 부사장의 패션은 "카리스마의 절정판" "너무 럭셔리하기만 한 TPO(시간·장소·상황)를 잘 못 맞추는 일부 재벌가 딸과는 다른 진취적인 패션" "기존 여성 경제인에게서 볼 수 없었던 재단이 특이한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멋지게 시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물론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기업의 오너'라는 타이틀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이건희 회장은 '공항 패션'으로 호평받았다. "포켓치프, 넥타이 대신 맨 스카프로 연출한 공항패션은 연예인 못지않다" "부인과 컬러를 맞춘 공항 패션이 눈에 띈다"는 응답이었다. 이부진 대표는 "컬러보다 소재를 과감히 선택하는 패션 센스"로 전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응답자들은 삼성가 부녀가 앞순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삼성이 기업으로서 패션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상위 0.1%의 패션을 따라 해보고 싶은 대중의 열망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예계 신(新)패션파워
연예인 중 가장 패션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평가된 사람은 아이돌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권지용)이었다. 9표로 전체 3위, 남자 연예인 중 1위였다. "파격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션 탐험가"라는 평이다. 파급 효과가 큰 10~20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는 점이 주효했다.
"그가 시도한 새 패션 아이템은 무엇이든 다음날 동대문(의류상가)을 뒤덮는다"는 말이 이를 입증한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공효진(8표·4위), 이효리(5표·공동 5위)가 앞자리를 차지했다. 공효진은 '밋밋한 듯한 얼굴이 그녀의 패션 감각을 더 부각시키는 경우'였다. 전문가들은 "옷 잘 입는 옆집 언니 같은 편안한 이미지 때문에 누구나 따라 하면 될 것 같은 착각을 준다"고 했다. 이효리는 "'섹시=싸구려'라는 인식을 바꾼 진정한 패셔니스타"로 평가받았다.
이번 설문결과에서 '이변'으로 여겨지는 사람은 사진작가 김용호씨. 대중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그가 5표로 공동 5위에 올랐다. 블랙 앤드 화이트 패션을 주로 하는 김씨는 '정통 클래식을 입으면서도 특이한 재단의 셔츠를 받쳐 입는 등 자신만의 감각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능력'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패션 화보 촬영 등을 통해 패션계에 나름의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계에서는 한나라당 나경원(5표·공동 5위)·홍정욱 의원(4표· 공동 10위)이 각각 베스트 10에 들어갔다.
설문 응답자(총 32명·가나다순)
디자이너: 김석원 서상영 손정완 스티브J 이영희 장광효 정욱준 지춘희 최지형 한상혁 홍승완
교수: 간호섭(홍익대) 김승현(SADI) 이승희(이화여대) 추호정(서울대)
패션지 편집장: 강주연(ELLE) 김유미(스타일조선) 민희식(에스콰이어) 손기연(마리끌레르)
스타일리스트: 김명희 김봉법 김성일 박만현 이한욱 최진우 최희진 한송경 한혜연
패션프로그램 PD: 김명은(프로젝트런웨이) 문신애(겟잇뷰티)
홍보·마케팅: 남훈(란스미어 팀장) 이경선(위드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