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모한 싱 인도 총리 대변인실은 지난주 21명의 사망자를 낸 뭄바이 테러를 규탄하는 이메일 성명을 핫메일(hotmail.com) 계정을 사용해 보냈다. 인도 상무부는 매달 물가지표를 발표할 때 지메일(gmail.com) 계정으로 자료를 보낸다. 인도 공군이 최근 보낸 110억 달러 규모의 전투 프로그램에 대한 보도자료도 발신 주소는 핫메일 계정이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이메일 주소에는 go.kr가 붙는다. 미국 정부 공무원들의 이메일 주소는 .gov로 끝난다. '정부(government)'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정부 기관에서만 쓸 수 있는 도메인이다.
그런데 인도 공무원들이 쓰는 이메일 주소 도메인은 익숙해도 너무 익숙하다. 세계의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무료 이메일 계정인 핫메일과 지메일을 인도 공무원들은 대외적 용도로 쓰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 공무원들이 공식 이메일 시스템인 gov.in 대신 민간 이메일을 이용하는 이유는 휴대전화를 통한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인도의 휴대전화 사용인구는 8억4000만명으로 전체 12억명 가운데 70%에 달한다. 인도인들은 유선 인터넷보다 스마트폰이나 휴대전화로 이메일을 확인한다. 시골 지역에서는 특히 유선 인터넷보다 휴대전화로 업무를 본다. 그러나 휴대전화로는 gov.in 이메일을 확인할 수가 없다. gov.in에 접속하려면 유선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인도 공무원들은 정부 공식 이메일보다 지메일, 핫메일 등 무료 이메일 계정을 통해 업무를 볼 수밖에 없다. 일부 정부기관에서는 공식 홈페이지와 명함에도 gov.in 이메일이 아니라 핫메일 주소를 기재해 놓는다. "언제 어디에서든지 나를 찾을 수 있는 연락 수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도 공무원들이 핫메일과 지메일을 대외적인 업무에 사용하는 것은 보안 문제에서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메일로 주고받는 자료가 인도 바깥의 서버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델리 출신 변호사인 파완 두갈은 "재앙을 부르는 지름길"이라며 "정부의 중요 자료들을 핫메일, 야후 등 민간 서버가 아니라 보안된 서버를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아직 인도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인터넷모바일협회의 라크싯 탄던은 "민간 IT기업들이 이토록 성장한 국가인 인도에서 정부 이메일 시스템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탄던은 "정부에서 이메일 계정을 통해 엄청난 양의 자료가 유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입력 2011.07.21. 06:20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