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평창 동계올림픽 표기도 또 바꿔야 하나요?" "평창은 예외로 둘 수도 있지요."
열기를 더해가는 국어정책토론회 두 번째. '부산은 Busan인가 Pusan인가'(국어의 로마자 표기 이대로 좋은가)를 놓고 7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마침 이날 새벽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평창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국어학회·조선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에는 장대비 속에서도 교수·학생·시민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손범규 SBS 아나운서 사회로 이홍식(숙명여대 국문학)·이호영(서울대 언어학) 교수가 '현행 유지' 편에서, 엄익상(한양대 중문학)·이성미(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미술사) 교수가 '개정 필요' 편에서 공방을 벌였다.
쟁점은 2000년 7월 정부가 고시한 현행 표기법이 옳으냐, 이전 MR(매퀸-라이샤워) 표기법을 되살리느냐는 것이었다. 평창의 경우 현행대로라면 Pyeongchang. 하지만 MR 방식을 쓰면 달라진다. 외국인이 '병장' 아닌 '평창'으로 읽게 하려면 P'yŏngch'ang으로 써야 한다.
이홍식 교수가 "이미 평창의 영문이 현행 표기법대로 알려졌는데 또 바꾸면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하자, 이성미 교수는 "평창 같은 경우는 예외로 두면 된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많은 표기법을 MR로 못 바꿀 게 없다"고 맞받았다. '개정 필요' 쪽의 엄 교수는 "로마자표기법은 외국에 우리 것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을 배려한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반면 이호영 교수는 "다시 고치느니 그 비용으로 지금 표기법을 외국인에게 더 잘 알리는 게 낫다"고 했다.
방청석에서도 의견이 쏟아졌다. 토론회 참석을 위해 일부러 올라왔다는 전남 순천대 한약자원학과 박종철 교수는 "중국에서도 '칭다오'를 로마자 Q로 시작하지만 칭으로 발음한다. 외국인이 우리식 발음대로 읽게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충배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표기법 개정 때 참여했는데 오늘 나온 내용 상당 부분이 예전에 검토된 것들이다. 개정론자들은 그때 배경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조선닷컴 토론방에도 열기는 이어졌다. 7일 현재 54건의 의견이 올랐다. 이청일씨는 "부산의 첫 자음이나 포항의 첫 자음을 ('P'로) 같이 쓰면 되겠나. 통영과 동영을 똑같이 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 지명을 외국인이 옳게 발음하려 애쓰는 게 맞다"며 현행 표기법을 지지했고, 민영복씨는 "외국인이 읽지 못하는 우리만의 표기법은 문제"라며 개정을 편들었다.
다음 3회 토론회 주제는 '북엇국만 되고 북어국은 안 되나'(성문화된 한글 맞춤법 규정에 관한 토론)로 오는 21일 오후 3시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다. 발표문은 18일 본지에 사전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