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모녀가 잔인하게 살해된 오사카 시내 한 아파트 앞에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재일교포 모녀를 일본 오사카(大板) 아파트 자택에서 예리한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범인은 숨진 딸과 치정(癡情) 관계에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적의 재일교포 김옥향(61·주부)씨와 그의 둘째딸 김유미(27·회사원)씨는 지난 25일 새벽 1시40분쯤 오사카 시내 히라노(平野)구 카미키타(加美北)의 7층짜리 아파트 2층 자택에서 온몸을 흉기에 수십 차례 찔리고 베여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달아나는 피해자 등을 찌르고 또 찔러… 원한에 의한 살인"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모녀는 모두 평상복 차림이었으며 모친 김씨는 안방에서 옆으로, 딸은 부엌에서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모친 김씨는 가슴 쪽에, 딸 유미씨는 등 쪽에 상처가 집중돼 있었고, 집 바닥은 이들이 흘린 피로 흥건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발견자는 숨진 두 사람과 함께 수십 년째 이곳에서 살아온 김옥향씨의 큰딸(28). 그는 전날 아침 8시쯤 외출했다 이날 새벽 귀가해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큰딸은 경찰 조사에서 "귀가 당시 현관문이 열려 있었다"고 진술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경찰은 눈에 띄는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베란다의 창문도 잠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범행에 쓰인 흉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상처의 형태로 미뤄 범인이 회칼이나 소형 나이프로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모녀의 팔에는 흉기를 든 상대방에게 저항하다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찔린 상처가 깊고 전신 수십곳에 상처가 있는 것으로 미뤄 범인이 원한에 의한 강한 살의(殺意)를 가졌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미씨는 등 쪽에 깊게 찔린 상처가 많았는데, 이는 (이미 흉기에 찔려) 도망가는 유미씨를 따라가면서 찌른 것으로, 범인의 강한 살의를 엿보게 한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숨진 유미씨, "옛 남자친구 문자메시지에 휴대폰 배터리 바닥날 지경"
 
범인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27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유미씨는 최근 주위에 '헤어진 남자친구가 일방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계속 보내와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닳을 지경이다. 헤어지기 위해서 쓴 통신료가 수십만엔이 될 지경'이라며 고민을 호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신문은 유미씨가 지난달까지 현재의 직장이 아닌 다른 금속 가공 회사에 다녔지만, 이 남성이 직장에 나타나는 바람에 직장을 옮겼다는 한 지인의 인터뷰도 보도했다. 이 지인은 "당시 유미씨가 '누군가에게 맞았다'며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출근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또 현지 경찰은 김씨의 아파트에서는 23일 늦은 밤 인터폰 벨이 수차례 울렸으며, 유미씨가 끊임없이 울려대는 벨 소리에 두려워했다는 내용을 파악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신문은 또 "당시 인터폰 벨이 10차례 이상 울렸으며 유미는 방문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는 큰딸의 증언과 함께, 유미씨가 최근 이성교제 문제로 인한 고민을 주위에 털어놓고 있었다는 경찰 조사 결과도 전했다.

◆강모씨 사건으로 혼쭐 난 정부, 日에 "공정 신속 수사" 요청 
 
부검 결과, 모녀는 이 사건이 있은 바로 다음날 아침 큰딸이 외출한 직후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인은 출혈 과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8시45분쯤 "김씨의 집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는 이웃 주민의 진술도 확보했다.
 
유미씨의 마지막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한 40대 여성 동료는 "유미는 월급을 모두 엄마에게 맡길 정도로 엄마를 사랑했던 아이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26일 일본 경찰에 이번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최근 외교부는 일본에서 한국인 여성 강모씨가 현지인에게 살해된 사건에 대한 재판과 관련, 소극적인 대응으로 비난을 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