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란이 '일단' 마무리됐다. 양측 수뇌부는 20일 경찰의 수사 진행권과 개시권(開始權)을 명문화하되, 검찰이 모든 사건에 관한 지휘권을 갖는다는 국무총리실 중재안에 합의했다. 경찰의 검사에 대한 '복종'을 명시한 검찰청법 53조은 삭제하고, 대신 형사소송법에 '(경찰은) 검사의 지휘가 있을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수사의 준비단계인 경찰의 내사(內査)과정을 검찰이 지휘하느냐의 문제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수사의 최일선에 있는 평검사와 일선 경찰은 모두 이번 합의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檢 "실적주의 경찰, 못 믿겠다"
실제 경찰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일선 평검사들은 "14만명에 달하는 거대조직인 경찰이 수사권을 휘두를 경우,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의 수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격앙된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폐지 줍는 할머니(본 기사와는 관련없음)

지방의 한 평검사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강조한 '실적주의'로 인해 절도 혐의로 폐지 줍는 할머니를 계속해서 잡아들이는 팀장급 (경위) 경찰관이 있어 몇 번이나 주의를 준 적도 있었다"면서 "심지어 그는 풀어준 할머니를 다시 잡아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민과 직접 피부로 닿는 경찰이 검찰의 통제 없이 내사권 등을 휘두른다면 무소불위(無所不爲)로 군림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했다.
 
또 다른 일선 검사는 "검찰이 경찰보다 수준이 높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검찰보다 조직이 거대한 경찰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준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빅 브라더 경찰'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도 "'실적'에 몸이 단 경찰이 무분별한 기소(起訴)를 남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警, "밑으로 깔아보던 경찰이 권리를 요구하는 게 고까웠을 것"
경찰은 검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수사현실을 외면하고, 기득권만 챙기려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절도나 폭력, 교통사고 등 전체 사건의 95% 이상을 경찰이 스스로 처리하는 현실에서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난센스라는 주장이다.
 
일선 경찰관은 "검사들은 아직도 경찰을 '무식한 조직' 내지는 '검찰의 부하'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밑으로 깔아보던 경찰이 권리를 요구하는 게 그저 고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검찰은 검사와 경찰관을 '선생님과 학생', '주인과 하인'의 관계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도 "동료가 과거 대검찰청에 사건을 가져갔다가, 검사가 '예의가 바르지 않다'는 이유로 반성문을 쓰게한 적도 있다"면서 "이제 더는 검사가 상전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법고시 출신의 과장급 (경정) 경찰관은 "사시 후배인 한 검사는 사건을 의논할 때, 당연한 듯 상석(上席)에 앉아 하대하듯 지시를 내리더라"면서 "이제는 검찰과 경찰이 대등한 조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수준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대 출신의 과장급 (경정) 경찰관도 "경찰대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순경들도 모두 대단한 경쟁을 거쳐 선발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경찰이 경찰에 종속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수한 자원들이 다 그쪽(검찰)으로 갔던 것"이라면서 "경찰이 독립된 기관으로서 위상이 높아진다면, 명문대 법대 출신의 인재들도 오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