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So Nyeo Shi Da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금발의 아저씨, '한국 사랑해요'가 적힌 피켓을 든 파란 눈의 20대 여성, 도화지에 'SHINee(샤이니·국내 아이돌 그룹)'를 예쁘게 써온 여학생은 잠깐 숨을 죽이는가 싶더니 일제히 '와~'하는 함성을 내질렀다.

8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 입국 통로 문이 열리며 동방신기, 샤이니, f(x) 등 한국 아이돌 그룹이 모습을 나타내자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불꽃놀이하듯 동시에 터져 나왔다. 공항에 몰려든 1500여 유럽 팬들의 함성에 샹송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의 관문은 숨을 죽였다.

‘한류(韓流)’가 화려하게 유럽에 입성했다. 이날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공연차 파리에 입국한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가수들은 현지 팬들의 환대를 몸소 체험했다. 유럽인들의 손에 태극기가 열렬히 나부끼는가 하면, 각양각색의 풍선과 현수막이 총동원됐다. 어색한 발음이지만 한국어 가사로 부르는 국내 히트곡도 공항에서 자주 울려 퍼졌다

특히 이날 운집한 팬들은 유럽에 사는 아시아인들이 아니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에서 건너온 토종 유럽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날 드골 공항 현장에는 한류 팬들이 집결하면서 경찰 30여명과 경호원들이 동원됐지만, 동방신기와 샤이니, f(x) 등 국내 아이돌 그룹은 공항을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했다. 현지 팬들은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퍼부으며 아이돌 가수들에 맞춰 통째로 공항을 따라다녀 드골공항이 한때 몸살을 앓기도 했다. 전날 파리에 먼저 도착한 소녀시대도 이 그룹의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부르는 팬들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이번 SM엔터테인먼트 공연은 오는 10~11일 파리 '르 제니스 드 파리'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프랑스 한류 팬들은 지난달 초, 파리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추가 공연을 요청하는 플래시몹 시위 등 집단 퍼포먼스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팬들의 열성으로 인해 애초 10일 하루만 하려던 공연이 11일 하루 더 연장됐고, 둘째 날 공연은 단 10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SM 측은 이번 공연의 일부분을 편집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10~11일 공연 직후 유튜브 에스엠타운(www.youtube.com/smtown)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