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열린 황금평 개발 착공식에 북한 대표로 참석했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최근 장성택이 후계 작업은 물론 북중 경협이나 평양시 현대화 공사 등 대형 국책 과제도 주도하고 있다"며 "그의 역할이 계속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성택은 2004년 측근의 호화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파벌 조성' 혐의로 숙청된 적이 있다. 하지만 2007년 공안·사법기관을 총괄하는 당 행정부장으로 복귀한 데 이어, 2008년 8월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비상 정국을 수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장성택과 함께 쫓겨났던 그의 측근들이 대거 기용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작년 9월 당 대표자회를 통해 부상한 최용해 당 정치국 후보위원과 문경덕 평양시당 책임비서, 리영수 당 근로단체부장, 지재룡 주중(駐中) 북한 대사 등이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1990년대 장성택과 함께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에서 호흡을 맞췄다. 유동렬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장성택은 그의 큰형 장성우(2009년 사망) 차수와 둘째형 장성길(2006년 사망) 중장이 쌓아둔 군부 내 인맥이 두텁기 때문에 군부에도 상당한 지지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성택 최대 라이벌이던 리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작년 6월 장성택이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하기 며칠 전 '의문스러운' 교통사고로 급사했다. 보위부 실세 류경 부부장이 올해 초 처형된 것도 장성택과의 권력 게임에서 패배한 결과란 분석이다. 고(故) 황장엽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김정일 주최 파티에서 장성택이 취한 김정일에게 뺨을 세게 얻어맞은 적이 있는데 넉살 좋게 웃더라"며 "자기 감정을 숨길 줄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성택의 권력이 매우 제한적이며 김정일과 김정은측으로부터 극심한 견제를 받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그가 권력의 정점(頂點)에 서 있는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장성택이 김정일 사후(死後)에는 저자세를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양대군처럼 김정은을 밀어내고 직접 권력 장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