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충돌사건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고, 최근인 지난달 26일에도 베트남 석유탐사선이 연안에서 148㎞밖에 떨어지지 않은 경제수역에서 정상적인 탐사활동을 하다 (중국 측에 의해) 탐사 케이블이 절단된 일이 있었다. 우리는 정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풍쾅타잉 베트남 국방장관)
"갑자기 다른 나라(중국) 배가 나타나 정상 조업을 하는 어부들에게 조업 해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이런 일은 필리핀을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만드는 일이다."(볼테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
지난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 안보 포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주변국 간에 또 한번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연설에 나선 베트남·필리핀 국방장관은 세계 각국 국방장관과 저명한 군사안보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구체적인 도발 사례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맹공했다.
◆베트남, "러시아 잠수함 도입할 것"
풍쾅타잉 베트남 국방장관은 다른 자리에서 "남중국해 억지력 확보를 위해 러시아 잠수함을 도입하고 있다"며 무력 대응 의지도 밝혔다.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은 "미국이 설득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미국의 적극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안보포럼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동남아 국가들의 거센 공격에 시달린 바 있다. 량광례 국방부장은 이를 의식한 듯, 이번 포럼이 열리기 전부터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기를 원한다. 이 지역의 자유 항해와 항공기 운항은 보장될 것"이라고 수차례 다짐했다.
그러나 정작 포럼이 시작되자 미국과 베트남, 필리핀의 협공에 사면초가 신세가 됐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일 "남중국해상에서 선박 운항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국방예산이 축소되더라도 미군의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남중국해는 핵심이익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6일 "량 부장이 수차례 평화를 다짐했지만 베트남과 필리핀의 도전으로 포럼 참석자들에게 이런 평화 의지를 확신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수세에 몰리면서도 남중국해 영유권이 중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량 부장은 포럼 연설에서 "상호존중과 평등의 원칙에 입각해서 상대방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대만과 티베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과 함께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에 포함시킨 바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 남부와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으로 둘러싸인 면적 124만9000㎢의 해역으로 석유·가스 등 자원이 풍부해 지난 1990년대부터 중국과 주변국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해역 상에 있는 시사군도(파라셀군도)와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가 영유권 분쟁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