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맥커너히는 법정 드라마 '타임 투 킬'의 변호사로 얼굴을 알린 후 3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중들은 그를 케이트 허드슨, 사라 제시카 파커 등과 로맨틱 코미디에 나오는 배우로 기억한다. 그러나 맥커너히가 최근 출연한 브래드 퍼먼 감독의 법정스릴러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보면, 그가 미소와 복근만 가진 '뻔한 할리우드 스타' 중 하나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LA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는 미키 할러(맥커너히)는 돈이 되는 의뢰인을 만나려고 운전기사가 딸린 링컨 차를 타는 속물이다. 사무실 임대료 낼 돈도 없고, 법원과 의뢰인 사이를 바삐 오가는 그에게 링컨 차는 사무실이나 마찬가지다.

미키 할러(매튜 맥커너히)는 LA 뒷골목의 변호사이면서 돈 많은 의뢰인을 끌어들이기 위해 운전사 딸린 링컨 차를 타고 다닌다.

어느 날, 할리우드의 거대 부동산 재벌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가 강간미수 폭행사건으로 찾아온다. 결백해 보이는 루이스가 알고 보니 할러가 이전에 의뢰인을 유죄라고 단정해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든 살인사건의 진범이었던 것.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의뢰받은 폭행사건을 변호하는 동시에 루이스가 살인사건의 범인임을 증명하려 한다.

마이클 코넬리의 동명 원작 소설이 원작. 퍼먼 감독은 LA타임스에서 범죄담당 기자로 일했던 코넬리가 5년간 취재해 완성한 원작의 캐릭터와 분위기를 잘 살렸다. 특히 볕이 쨍쨍한 캘리포니아 남부의 채도를 낮추고 음영이 짙은 공간을 많이 만들어냈다. 깔끔하고 멋진 곳이나 영화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보다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생활할 법한 공간을 일부러 찾은 듯하다.

매끈하고 세련된 스릴러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치밀한 두뇌싸움은 없다. 따라서 영화는 주인공인 할러의 존재감에 많은 것을 기댈 수밖에 없다. 맥커너히는 딱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면서, 빠른 말투로 느물거리는 속물 변호사 캐릭터를 완성했다. 다만 악역인 루이스 룰레와 그의 어머니 관계를 더 설명하거나 이 둘의 캐릭터 묘사를 좀 더 치밀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소울이나 힙합 등 흑인 음악이 우아하게 달리는 링컨 차와 의외로 잘 어울린다. 흑인 음악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에릭 B와 라킴의 '돈 스웻 더 테크닉', 에릭 서몬과 마빈 게이의 '뮤직'이나 말레나 쇼의 '캘리포니아 소울' 등은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미키 할러의 링컨 차를 사건을 의뢰하려는 폭주족들이 에워싼다.(집세 낼 돈도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뒷골목 변호사의 캐릭터를 단번에 드러낸다)

#대사
"내가 가장 두려운 건 죄가 없는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것이야."(전처가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나잖아"라고 농담하자 할러가 하는 말)

#이런 분들 보세요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즐겨보지만 남자친구에게는 지적으로 보이고싶은 여자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