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보다 투수가 홈런임을 먼저 직감한다.
4일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홈런 맞은 투수들이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잠실구장에선 두산 홍상삼이 삼성 진갑용에게 역전홈런을 허용했다. 인천에선 SK 선발 글로버가 KIA 이종범에게 스코어 2-0이 되는 솔로홈런을 내줬다. 일본에선 요코하마 마무리투수 야마구치가 지바 롯데 김태균에게 역전 3점홈런을 허용한 뒤 아예 만세를 부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홈런 맞는 순간, 투수는
투수 입장에선 뭐니뭐니해도 홈런 맞는 것처럼 기분 나쁜 일이 없다. 완전히 무장해제 당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타자가 홈런 치고 다이아몬드를 도는 동안 투수는 완벽한 패배자가 돼 마운드 위에 서있어야 한다. 관중의 시선은 일단 타자에게 향하고 그후 홈런 맞은 투수에게 집중된다. 투수로선 죽을맛인 순간이다. 그래서 홈런 친 타자가 다이아몬드를 지나치게 천천히 돌면서 세리머니를 심하게 하면, 예의에 어긋난 플레이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날 마무리투수 야마구치가 최악의 기분이었을 것이다. 9회에 김태균에게 140㎞짜리 포크볼을 던졌는데 떨어지지 않고 높게 들어갔다. 김태균이 장작 패듯 후려친 타구가 우중간으로 향했다. 야마구치는 머리 위로 솟구치는 타구를 올려보며 곧바로 양 손을 들어 만세를 부르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망했다'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미 그 순간 홈런이라는 걸, 야마구치는 직감한 것이다.
▶'번쩍', 투수가 홈런을 예감할 때
프로야구 투수코치들로부터 과거의 경험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투수는 언제 홈런임을 예감하는가.
우선 던질 때부터 '망했다'는 느낌일 때가 있다고 한다. 중요 순간에 유인구를 던져야하는데 한가운데로 공이 들어가는 경우다. 투구동작의 끝단계인 릴리스를 마치고 눈앞으로 공이 날아가는 걸 보는데, 완전히 한복판이면 투수는 마음 속에서 '악!' 소리가 난다고 한다. 특히 강타자를 앞에 두고, 그 타자가 배트가 나올 게 거의 확실한 볼카운트일때 투수는 실투 순간에 이미 홈런 가능성을 예감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엔 실투가 모두 홈런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타자가 배트 중심에 맞히지 못하면 투수는 한시름 덜게 된다.
4일 홍상삼은 맞는 순간에 홈런임을 직감한 케이스다. 홍상삼의 125㎞짜리 슬라이더는 제대로 떨어지지 못하고 높게 들어갔다. 진갑용이 배트를 휘둘렀고, 홍상삼은 타구가 날아가는 걸 쳐다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왼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잠시 주저앉았다.
가뜩이나 실투임을 느끼는 순간, 타자가 휘두르는 배트 각도와 자신이 던진 공이 완벽한 컨택트가 이뤄지는 게 눈앞에서 보인 케이스다. 이럴때 '번쩍' 하는 느낌이 든다고 투수코치들은 말한다. 그후엔 굳이 타구를 쳐다볼 필요도 없다. SK 정대현이 가끔씩 홈런 맞을 때 타구는 쳐다보지도 않고, 스파이크로 땅을 파는 것도 마찬가지 경우다.
▶투수가 놀랄 때, 이유가 있다
이날 글로버가 이종범에게 솔로홈런을 내줄 때, 글로버 역시 뒤돌아서서 타구를 적극적으로 체크하지 않았다. 잠시 고개를 돌려 날아가는 타구를 힐끗 봤을 뿐이다. 131㎞짜리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타자의 배트 궤적이 정확하게 나온 걸 느꼈으니, 글로버 입장에선 굳이 오래 바라볼 필요가 없었다.
이처럼 투수들은 타구가 홈런인지 아닌지를 가장 먼저 느낀다. 숱한 경험을 통해 학습돼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타자들이 뛰쳐나가면서 타구를 끝까지 쳐다본다. 치는 순간에 손을 들어올리면서 홈런임을 확신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투수가 뜻밖의 결과에 놀랄 때도 있다. 통상적인 배트 궤적과 컨택트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이건 절대 홈런은 아니다'라고 확신하는 경우가 있다. '펜스 앞에서 잡히겠지' 하면서 천천히 뒤를 돌아 타구를 바라본다. 그런데 '어? 어~' 하다가 타구가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걸 보고 놀라게 된다. 이 경우는 타구가 바람의 도움을 받아 본래 비거리보다 멀리 날아간 것이다. 투수에겐 정말 짜증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TV 중계에 잡히는 투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큼지막한 타구가 외야로 날아갈 때 곧바로 뒤돌아서 지켜보는 투수가 있다 치자. 대부분 홈런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일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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