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대학의 영어강의 확대 추세가 당분간 주춤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영어강의를 늘려 왔지만 강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고, 대학들도 이를 인정해 영어강의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기 때문이다.

전국 200개 대학 총장들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3일 서울 신촌 연세대 캠퍼스에서 '국제화 시대의 대학 영어강의, 그 진단과 방향'이라는 주제의 정책 포럼을 열었다.

대교협은 현재 전체 강의 중 영어만으로 하는 강의 비율은 수도권 주요 대학이 30%, 비(非)수도권 대학은 10% 정도인 것으로 파악했다. 송승철 한림대 교무연구처장은 포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수강 전에는 영어강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지만 수강 후에는 만족도가 크게 감소했다"며 "영어 강의에서는 학생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양이 줄어들고,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향상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송 처장은 영어강의를 평가할 때 양적인 부분이 아니라 영어 발표 횟수나 영어 교재로 수업하는 분량 등 질적인 부분을 평가할 필요가 있고,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구분해 영어 강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영동 아주대 교무처장은 포럼에서 영어강의의 부작용 사례를 소개했다. 박 처장은 "중간고사 전 학생 대표가 찾아와 '지금까지 영어 강의 내용을 한국어로 다시 정리해달라'고 했다"면서 "이런 일방적 영어 강의는 영어 듣기 연습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수업 활동이 필요하고, 수업운영 방식의 모델을 개발해 여러 대학에 확산해야 한다"고 했다.

임진혁 울산과학기술대 학술정보처장은 "영어강의는 국제화와 밀접한 과목부터 시행하고 한국어 혼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고, 김영섭 한동대 부총장은 "교수의 영어강의 역량과 영어가 필요한 교과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교협측은 "영어강의에 대해 대학들이 여건을 고려해 추진 속도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우수한 영어강의 사례를 발굴하고 수업모델을 개발해 각 대학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