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편입학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김영편입학원의 김영택(60) 회장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이 횡령과 도박 혐의로 그의 학원을 압수수색하는 등 집중 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 사건의 출발점은 '도박'이다. 검찰은 김 회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강원랜드 등 국내 카지노장은 물론 마카오필리핀 등 해외 원정 도박을 수시로 다닌 사실을 확인했다. 'VIP' 고객이었던 김 회장이 카지노에서 날린 돈만 수백억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회장이 학원 자금에 손을 댄 것도 도박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엔 학원 경영진이 김 회장을 1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고소한 적이 있다. 당시 경영진들은 "김 회장이 사채를 끌어다 도박 자금으로 썼고 수백억원의 채무를 지게 됐다. 그래서 회사 자금을 빼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소장엔 김 회장이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김 회장은 자신을 반대했던 경영진과 일부 스타급 강사들을 학원에서 쫓아냈다. 일단 김 회장의 승리였다.

그런데 이번엔 사정이 좀 다르다. 검찰 내 정예 수사팀이자 정관계 로비 분야가 '주특기'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사건을 맡은 것부터가 그렇다. 학원 운영 과정에 '잡음'이 많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회장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회장과 친분 있던 인사 가운데 특히 국세청 라인을 주시하고 있다. 김영편입학원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특별조사 등 그간 여러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 '검은 거래'가 있었다고 보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김 회장도 최근 수년간 국세청장과 서울국세청장 등 국세청 실세들과의 친분을 주변 인사들에게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가 학원발(發) 국세청 사정(司正)이 아니냐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불똥이 정치권으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회장의 폭넓은 '인맥' 때문이다. 그는 평소 현 정권은 물론 전 정권 실력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론되는 인사들 중엔 여야 대선 후보는 물론 대통령의 최측근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이 김 회장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수사 대상과 범위가 결정되는 구조인 것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묘사되어 왔다. 제주 출신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를 중퇴한 이후 청계천에서 무협소설을 빌려주거나 셔터를 만드는 일을 하다 1977년 27세에 뒤늦게 고려대 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신입생 시절부터 편입학 강사로 나선 그는 학원을 차렸고 한때 편입학 교육 시장의 80%를 점유했다. '대학 편입=김영'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였다.

2011학년도에도 고려대 일반편입 합격자 148명 중 90명, 서강대 95명 중 62명, 성균관대 242명 중 162명이 김영학원 출신이라고 학원 측은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자신의 학원 지분 70%를 메가스터디에 250억원을 받고 넘기려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고향인 제주도에 대학도시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의 성공신화가 해피엔딩이 될지 비극으로 막을 내릴지가 이번 수사에 달려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