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미드필더 김기동(39)은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령이다. 골키퍼는 경남 김병지(41), 대전 최은성(40) 등 선배들이 있지만 수문장은 특수 포지션이다. 쉼없이 달리는 미드필더에게 한국 나이 40은 일반인으로 치면 환갑을 훌쩍 넘긴 셈이다. 김기동은 1993년 유공에 입단해 프로 19년차를 맞았다. 그의 집에는 '절반쯤 프로선수'인 아내 조현경씨(35)가 있다. 1998년 12월 결혼했고, 아내도 남편과 함께 프로축구 14시즌째를 맞았다.
조씨는 큰 딸 하늘(13)과 아들 준호(10)를 키우면서 남들과 똑같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조씨는 웃으며 "김기동씨랑 사는 것이 쉽지 않아요. 힘들죠"라고 했다. '인간 김기동'의 매력에 푹 빠져 결혼을 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니 90%는 '축구선수 김기동'이었다. "진짜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5년 정도 지나니까 남편의 직업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모든 생활이 축구이고, 나 역시 저절로 축구를 이해하고 좋아하게 됐죠."
주위에서 프로축구 선수 부인이라고 하면 보양식부터 물어온단다. 하지만 내조의 여왕은 보양식보다는 '약 조심'을 얘기한다. "점심과 저녁은 항상 구단 숙소에서 해결하고 영양사들이 챙겨주는 식단대로 먹으면 되요. 아침을 좀 신경쓰는 편이지만 고단백이면 OK죠. 스테이크를 좋아해 그 쪽은 전문가가 됐네요. 다만 도핑테스트가 있으니 보약이나 감기약도 조심해야 해요."
제일 민감한 것은 역시 승패다. 조씨는 "승패에 따라 표정이 다를 수 밖에 없지만 크게 눈치를 보지는 않아요. 남편이 워낙 티를 내지 않는 스타일이에요.오히려 아이들이 눈치를 살피는데. 그래도 다정다감한 아버지죠"라며 승패에 따른 분위기 파악에는 이미 도가 텄음을 털어놨다.
그렇다면 다시 태어나도 지금 남편을 선택할까. 조씨는 깔깔 웃었다. "싫어요. 절대 안해요. 큰딸한테도 축구부에 있는 남자친구는 절대 안된다고 했어요. 수학 경시반이나 과학반같은 공부 잘하는 친구 사귀라고 했어요. 남편 앞에서 했던 얘기라 그이가 들어도 아무 문제 없어요. 다만 인간 김기동은 은근 매력있지만…." 박재호 이 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