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스포츠플러스의 간판 야구프로그램 '베이스볼투나잇 야'의 진행자였던 송지선(29) 아나운서는 숨지기 전 2주일여간 미니홈페이지와 트위터 등 SNS에 잘못 올린 글이 순식간에 번져나가며 필화(筆禍)를 겪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미니홈피 글… 삭제했지만 번져나가

지난 7일 오전 2시쯤, 송 아나운서의 미니홈페이지에는 '프로야구 선수 임태훈(22)의 요구로 그와 성적(性的)인 접촉을 가졌지만 이후 임태훈이 자신을 외면해 괴롭다'는 요지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잠시 뒤 삭제됐다.

이어 오전 4시쯤, 이번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글이 그의 트위터에 게재됐다. “너무 고통스럽다”, “수면제 3알째”, “뛰어내리려니 너무 무섭고, 목을 매니 너무 아프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글을 본 팬들은 곧바로 신고를 했고, 이날 오전 5시 19분쯤 송 아나운서의 집에 119구조대가 긴급 출동했지만, 송 아나운서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었다.

하지만 그날 새벽 그의 미니홈페이지에 잠시 올라왔다 사라진 글이 인터넷에 퍼져 나가면서 송 아나운서는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송 아나운서와 임태훈의 이름은 이날 내내 주요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1·2위를 오르내렸다.

송 아나운서는 이날 저녁 “트위터 글은 직접 썼지만, 미니홈피 글은 직접 쓴 게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MBC는 물의를 일으킨 송 아나운서에 대한 징계회의를 열기로 했다.

임태훈은 논란이 벌어진 7일 저녁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팀이 1점차로 리드한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으나 역전 홈런을 맞고 패한 뒤, 컨디션 난조가 계속되면서 2군으로 내려갔다.

◆“임태훈과 사귀는 사이” 해명했지만, 임태훈은 하루 만에 반박

이후 침묵을 지키던 송 아나운서는 MBC 스포츠플러스의 징계 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19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다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정말 어릴 때부터 야구가 그렇게 좋았고 마이크 들고 말하는 게 좋았어. 그런 나에게 이 직업은 완벽했어. 그런데 왜 행복할 수 없었을까.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 누군가를 사랑한 것조차….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 그래서 트위터가 참 좋았었는데. 다 맞팔은 못 해 드려도 허전한 마음 위로받아 감사했어요. 마치 남자친구에게 온 문자를 확인하듯 멘션을 열어봤었어요. 죄송합니다.”

송 아나운서가 소속된 MBC 스포츠플러스는 20일 “송 아나운서의 징계가 결정됐으며 내용은 23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송 아나운서는 21일 다시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는 미니홈피에 글을 올린 적이 없으며 안면이 있던 한 여성 야구팬이 내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는 주장을 폈다. 밤늦게까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성팬이 ‘집을 잠시 구경할 수 있냐’고 했고 집에 함께 들어간 뒤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여성팬이 문제의 글을 올렸다는 것.

또 송 아나운서는 “임태훈과는 지난 2009년 겨울부터 약 1년 반 동안 열애 중”이라며 “2008년 11월 처음 만난 뒤 친한 누나-동생 사이로 지내던 두 사람은 동종업계에 종사하면서 가까워졌다”고 적었다.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모르는 여자를 집에 들인 뒤 자리를 비우는 것도, 작고 불편한 휴대폰으로 잠깐 그렇게 긴 글을 쓴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태훈과의 ‘열애’ 주장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22일 1군에 합류한 임태훈은 “송지선과 사귀지 않는다”며 송 아나운서의 주장을 단박에 부인했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1이닝 동안 세 타자를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충격에서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3일 오후 1시44분쯤, 송 아나운서가 자택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 오피스텔 1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이날은 MBC스포츠플러스의 징계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