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6·AS모나코)의 여자친구는 고려대학교 1년 선배 정유정씨(27)다. 7년을 한결같이 사귀었다.
둘의 러브스토리는 영화같다. 만남부터 사귀고, 그리고 결혼을 앞둔 지금까지. 6월 12일 둘은 백년가약을 맺는다.
화려할 것만 같은 축구선수의 여자친구로 사는 법은 쉽지 않다.
특히 국가대표 캡틴의 걸프렌드는 더욱 그렇다. 영국의 경우 축구선수의 여자친구와 아내는 '왝스(WAGs·Wives And Girlfriends of the footballers)'라고 해 연예인과 동일시되고 있다. 정씨를 비롯한 많은 한국의 축구선수 여자친구들은 공개 데이트보다는 주로 '잠행'을 한다. 남자친구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구설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박주영과 정씨는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2003년 대구 청구고 3학년이던 박주영은 TV에서 고려대 캠퍼스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대학 새내기였던 정씨를 처음 봤다. 박주영은 고려대에 진학하면 만나겠다고 다짐했고, 이듬해 어렵사리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씨를 만났다. 1년 동안 박주영은 애정공세를 폈고, 때로는 정씨의 MT 장소까지 따라가는 열정을 보였다. 그리고 2005년 초 둘은 정식 연인이 됐다. 박주영은 2004년 이미 청소년대표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인기절정이었고 정씨도 너무 유명한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정씨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이는 박주영 본인이다. 2005년 4월 24일 K-리그 대전전에서 골을 넣은 박주영은 유니폼 상의에 하트 모양 속 애벌레(굼벵이) 그림을 세리머니로 내보냈다. 당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내 여자친구에게 보낸 골세리머니였음을 밝혔다. 요즘도 미니홈피, 트위터 등을 자주 하지 않는 박주영은 당시 자신의 미니홈피에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축구선수의 애인들은 라이프스타일이 시즌과 맞물린다. 박주영이 FC서울에서 뛸 때 정씨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자주 찾았다. 관중석 아래가 아닌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관중석 상단에 앉아서 남자친구의 활약상을 조용히 지켜봤다. 지인들의 결혼식 등 박주영이 참가하는 행사에는 늘 정씨가 있었지만 언론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았다. 사람들, 특히 기자들이 있으면 둘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 등 '보안'에 신경을 썼다.
정씨는 학업도 병행해야 했다. 1~2월 전지훈련 때는 주로 전화로 안부를 묻고 시즌이면 경기 다음날인 휴일에 주로 데이트를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남자친구를 응원하러 직접 독일로 가기도 했다.
2008년 8월 박주영이 AS모나코로 이적하면서 정씨는 더욱 바빠졌다. 새벽 경기를 봐야 하고, 전화통화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모나코 현지시간에 맞춰야 했다. 몇 차례 박주영을 만나기 위해 모나코를 찾기도 했다. 물론 박주영의 모친 김옥란씨가 동행한 상태였다. 정씨는 박주영의 부모, 누나와 수년간 가족처럼 생활하면서 허물없는 사이로 발전했다. 지난해 박주영은 자신의 첫사랑과 남아공월드컵 직후 웨딩사진을 촬영해 결혼을 기정사실화 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