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일대 일부 대형 쇼핑몰은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을 큰 소리로 부르고 가게를 그냥 지나면 뒤에서 욕을 하는 지나친 호객행위와 바가지 상술(商術)이 판을 치면서 많은 사람이 '동대문 갈 바엔 차라리 인터넷에서 쇼핑한다'고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대기업 두산에서 100% 출자한 쇼핑몰 '두타(Doota)'의 인기가 최근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말을 앞둔 지난 20일 저녁 젊은 청춘 남녀부터 유모차를 끄는 부부, 손자 손을 잡은 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두타를 가득 메웠다. 다소 한가한 시간대인 22일 일요일 오전에도 일본·중국 등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담소를 나누며 두타로 몰렸다.

두타 자체 자료를 보면 1999년 개장 첫해 8만7537명이었던 1일 평균 방문객은 2005년 4만9580명으로 떨어졌다가 2009년 5만2000명, 2010년 5만5000명으로 다시 올랐다. 또 작년 기준 연평균 거래액(추산)은 5000억원으로 2009년보다 25%, 하루 평균 외국인 방문객 수는 5000명으로 전년보다 15% 올랐다.

22일 편안한 표정의 쇼핑객들이 서울 동대문 쇼핑몰 두타 1층 의류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 유망 디자이너 영입, 호객행위 금지, 정찰제 시행이 두타의 변신요인으로 꼽힌다.

전법수 두타 마케팅팀 대리는 "객단가(손님 1명의 평균 구입액)는 10만8000원 수준이고 점포당 연매출은 작년보다 20% 정도 올랐다"며 "방문객이 다른 쇼핑몰의 두 배 수준에 이른다"고 말했다.

꺼져가던 동대문 분위기 속에서 두타가 재기한 힘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과감한 단장(丹粧)이다. 여타 쇼핑몰들과 달리 두타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 있던 1951개 매장을 540개까지 대폭 줄였다. 대신 다른 쇼핑몰처럼 평균 2~3평(6.6~9.9㎡)이던 매장당 면적을 8평(26.4㎡) 정도로 늘려 쾌적함을 더했다. 매장 인테리어는 가게 주인에게 맡겨 칸막이로 매장을 구분한 다른 몰과 차별성을 뒀다.

2009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건물 입구에 쇼윈도를 만들고 쇼핑몰 내에 분수대·조각상 등을 설치해 백화점에 버금가게 실내를 꾸몄다. 에스컬레이터 주변 '노른자위'를 채운 휴식공간과 식음료 매장은 쇼핑에 지친 손님들의 피로를 풀어준다.

일본인 관광객 나나세 하나코(27·여)씨는 "여러 군데 둘러봤지만 여기 분위기가 제일 좋다"며 "가격도 저렴해 오늘 하루 신나게 쇼핑하겠다"고 했다.

동대문 일대 쇼핑몰 중 유일하게 2003년부터 정찰제를 실시해 계산 전산화를 완성했고, 호객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내규를 둔 것도 손님을 끈 요인이다.

의류 매장 니오베를 운영하는 명유석(45)씨는 "호객행위를 못하게 했을 초기엔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손님이 에누리하는 재미가 없다'며 반대가 많았는데, 규칙이 정착되면서 손님들이 반긴다"고 말했다.

유망 디자이너들을 대거 영입한 것도 성공의 비결이다. 지하 2층~지상 8층의 두타에서 1층 전체를 차지한 37개 의류 매장을 비롯해 40%의 가게는 디자이너가 옷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판다. 지하 1층 '두체(두타 챌린지존)'에선 두타 벤처디자이너콘퍼런스 입상자 등 45명의 신인 디자이너들에게 1년 동안 보증금 없이 월세 300만원가량의 싼 가격에 매장을 빌려준다.

전창수 두타 마케팅팀 차장은 "디자이너 매장 상품은 도매로 옷을 떼어와 파는 일반 가게보다 다소 비싸지만 질감이 좋고 개성 있어 많은 손님이 찾는다"며 "디자이너 매장을 늘려 두타를 개성 넘치는 쇼핑몰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