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프로그램의 대명사 격인 MBC '뽀뽀뽀'가 25일 방송 30주년을 맞는다. 1981년 시작돼 2007년 '뽀뽀뽀 아이조아'로 이름을 바꾼 국내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이다. 방송 3사의 프로그램을 통틀어서도 1980년 시작된 KBS '전국노래자랑'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 놀이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도 깊지만 '뽀뽀뽀'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주제곡이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헤어질 때 또 만나요 뽀뽀뽀~." 이 노래는 야구·축구장 응원가, 올림픽 응원가, 심지어 시위대 운동가요로까지 변주됐을 정도로 전 국민·전 세대적 사랑을 받은 '국민 동요'이다.

이 '메가 히트곡'을 만든 사람은 동요 전문가도, 전문 작곡가도 아닌 '뽀뽀뽀'의 초대 PD 이재휘(67)씨다.

‘뽀뽀뽀’노래를 만든 이재휘씨는 즉석에서 오선지 위에‘뽀뽀뽀’악보를 그렸다. 그는“노래의 핵심은‘뽀뽀뽀~~ 친!구!’하는 마지막 가락”이라며“녹화 때도 그 부분을 부를 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며 방방방 뛰었다”고 했다.

19일 일산 MBC에서 만난 이씨는 "'뽀뽀뽀'는 내 딸 윤선이를 보고 만든 노래"라고 했다. '뽀뽀뽀'는 당시 일본 만화 일색이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다 창의적으로 개발해보라는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을 받고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땅한 주제곡이 없어 일단 슈만의 '어린이 정경'으로 대신했다.

그런데 '뽀뽀뽀'를 만든 지 일주일이 되던 출근길, 이씨는 자신의 다리에 매달려 '아빠 가지 말라'며 훌쩍이는 세살짜리 딸을 보며 불현듯 뭔가가 떠올랐다. 우는 딸에게 뽀뽀하는 자신과 그런 딸을 안고 다시 뽀뽀하는 아내를 보며 스친 가락이었다.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서울 장충동 집에서 당시 정동 MBC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40여분간, 그는 차에서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노래를 만들어낸 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뽀뽀뽀' 가락과 가사를 오선지에 옮겨 적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당시 '뽀뽀뽀' 노래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냐 하면, 유치원은 물론이고 군인들도 군대에서 군가로 부를 정도였어요. 심지어 북한에서 남파 간첩들 교육시킬 때 가장 먼저 가르친 노래가 '아리랑'과 '뽀뽀뽀'였다고 하더군요."

이씨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음악도 출신이다. 이런 이력이 배경이 돼 TBC를 거쳐 1969년 MBC 개국 PD로 입사한 뒤 '대학가요제' '쇼2000' 등 음악 관련 쇼 프로 연출을 많이 맡았다. '뽀뽀뽀' 초대 PD로 발탁된 것도 노래와 율동을 기반으로 한 방송 연출에 그만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금은 오후로 시간대를 옮긴 '뽀뽀뽀 아이조아'에 대해 "방송 내용이 너무 어려워졌다"고 했다. "놀이보다는 교육과 공부 중심으로 변한 것 같은데 사실 그만한 나이대 애들은 '뽀뽀뽀'가 아니라 드라마를 보거든요. 그보단 더 어린 아이들을 주목해야 하는데…."

이씨는 MBC와 케이블채널 등을 거치며 수백 편의 프로그램을 연출했지만 여전히 '뽀뽀뽀'를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생각한다. "다른 프로는 남들도 다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뽀뽀뽀'만큼은 나밖에 할 수 없는 프로였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커요."

이씨는 "얼마 전 여섯 살, 세 살인 손녀들에게 '뽀뽀뽀' 노래를 직접 가르쳐 줬다"고 했다. "'이 노래 할아버지가 만들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하더라고요. 딸 윤선이만 '아빠 그거 나 때문에 만든 거잖아'하며 좋아하더라고요.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