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가이 기자] 배우 정일우에게 드라마 '49일'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지난 19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49일'은 주연으로 나선 남규리와 정일우의 재발견을 가능케한 작품이다. 남규리와 정일우는 방송 시작 전만 해도 이요원과 조현재에 비해 비중이 적은, 소위 말해 '2인자' 역할로 여겨졌다. 사실상 이요원과 조현재가 극을 리드하는 가운데 두 사람의 몫은 크지 않을 것만 같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49일'은 남규리와 정일우의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런 시각에서 이번 작품은 정일우의 입장에서도 결코 잊지못할 드라마다. 이기적인 기럭지와 곱상한 외모, 스타일리시한 패션 등 비주얼적인 매력을 과시한 것은 물론 연기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시청자들의 만장일치 호평도 얻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요원 남규리 조현재 배수빈 등 다른 주연진 못지않게 강렬한 존재감도 갖췄다.

49일의 여행자 신지현(남규리 분)의 곁에서 코치를 하는 스케줄러(정일우 분) 역할은 자칫 감초 수준에 머물지도 모를 캐릭터였다. 물론 송이경(이요원 분)과의 과거사가 예정돼있었지만 이를 충분히 살려낸 것은 온전히 정일우의 역량이다. 자신의 비중을 늘리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아 끈 것은 스스로 이뤄낸 성과인 것.
정일우는 지난 2006년 인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철부지 고등학생 캐릭터로 인기를 모은 직후 신인급의 입장에서 파격적으로 퓨전사극 '일지매'의 주연에 낙점됐지만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이후 윤상현 윤은혜와 함께 '아가씨를 부탁해'에도 출연했지만 흥행을 떠나 연기력 논란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쉼표 없이 여러 작품에 캐스팅되며 신인으로서는 승승장구 행보를 걸었지만 '배우'로서의 가치를 높이기란 쉽지 않았다.

연이은 고배, 계속된 연기력 논란은 그를 지치게 했다. '49일'을 만나기 전까지 공백 동안 그는 소속사를 옮기고 연극 무대에 오르는 등 자신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만난 작품 '49일'을 통해 이제 정일우는 스타일도 되고 연기력도 쓸만한(?) 꽤나 탐나는 재목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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