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러시아 모스크바 군사연구소에 개 한 마리가 높이 2m 로켓 위에 올라서서 하늘을 응시하는 동상이 섰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보다 4년 먼저 우주와 만난 개 '라이카'를 기리는 동상이다. 주인을 잃고 거리를 떠돌던 이 시베리안 허스키는 1957년 러시아 인공위성 스푸트닉 2호에 태워졌다. 라이카는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지만 무중력상태라도 온도와 습도만 조절하면 생명체가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간의 안전한 우주여행 조건을 찾아내기 위한 동물의 '나 홀로' 우주탐사는 계속됐다. 1960년 개 '벨카'와 '스트렐카'는 스푸트닉 5호에 올라 지구 궤도를 열일곱 바퀴 돌고 귀환했다. 스트렐카는 나중에 새끼를 여섯 마리 낳을 만큼 건강했다. 흐루쇼프 서기장은 그중 한 마리를 보란듯 케네디 대통령에게 보냈다. 케네디는 "제 어미보다 극적인 비행은 아니지만 강아지가 소련에서 미국까지 긴 비행을 잘 견뎠다"는 답장을 보냈다.

▶미국도 이듬해 개보다 인간에 더 가까운 침팬지 '햄'을 우주로 실어 보냈다. 우주개발 초기 동물의 우주비행은 동물학대 논란을 낳기도 했다. 동물들은 유인 우주선 시대가 열리고서야 인간과 동행하게 됐다. 1970년대엔 설치류 기니피그, 뇌파 측정장치를 붙인 고양이에 거미·달팽이·잉어·송사리가 우주로 나갔다. 우주에서 생물체의 뇌와 신경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밀하게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아시아에선 90년대부터 중국일본이 동물 실험을 통해 우주인의 생존력 강화와 식품 연구에 나섰다. 2008년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 이소연은 중력 반응과 노화유전자를 실험하기 위해 초파리 1000마리를 가져갔다. 2003년 컬럼비아호에는 거미·쥐·누에가 7명의 우주인과 함께 탔다. 컬럼비아호는 귀환 길에 폭발했지만 그전에 동물실험 결과가 지구로 전송돼 헛된 희생은 아니었다.

▶며칠 전 발사된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에 타디그레이드라는 1.5㎜ 크기의 낯선 생명체가 동승했다. 5억3000만년 전 캄브리아기에 출현한 이래 영하 273도에도 생존하는 독한 동물이다. 우주라는 극한 상황에서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 관찰해 인류 생존 연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한다. 눈에도 잘 띄지 않는 미세 동물 타디그레이드가 과학사(史)에 남을 큰일을 해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