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의 황푸(黃浦)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대형 복합상가 '수퍼 그랜드 몰'. 이 건물의 3층 전시장에서 중국, 대만, 홍콩의 '코카콜라 수집가'와 블로거들이 미국 애틀랜타 코카콜라 본사에서 온 헤리티지(Heritage·문화유산) 커뮤니케이션 담당 필 무니(Mooney) 부사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무니 부사장은 미국 '코카콜라 박물관'의 책임자이자 기록보관 담당자로서 30년 이상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코카콜라 관련 기념품과 스토리를 수집해왔다. 그는 이 제품이 세상에 처음 나온 1886년 첫날 9잔을 겨우 팔았지만 지금은 하루 10억잔이 나간다든지, '짝퉁 콜라'가 쏟아져 나와 모방이 힘든 코코넛 열매(여자 치마가 아님) 모양의 병을 만든 이야기 등을 들려줬다. 또 붉은 옷에 하얀 수염, 뚱뚱한 모양의 산타클로스가 사실은 1931년 시작된 코카콜라의 광고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산타클로스 덕분에 코카콜라는 여름뿐 아니라 겨울에도 마실 수 있는 음료가 됐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우리가 '행복한 산타'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입니다." 산타클로스는 원래 작은 요정이나 싸움꾼 난쟁이 등으로 묘사됐지만, 코카콜라 광고 이후 이미지가 바뀌었다. 그는 "광고에서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산타의 이미지를 찾았고, 이것이 전 세계인의 산타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초대받은 이들은 대부분 코카콜라 브랜드라면 죽고 못 사는 수집가들. 지난 8일로 125주년을 맞은 코카콜라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였다. 상하이의 상징인 동방명주(東方明珠) 타워 옆의 전시장에선 최초로 음료를 병에 담아 팔기 시작한 콜라병, 20년대 시음 쿠폰, 달력, 자판기 등 다양한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중국 상하이 푸동 수퍼 그랜드 몰에 마련된 코카콜라 전시장에서 타이완 사업가 황창이씨가 1930년대 코카콜라 판매원들이 입던 유니폼을 입고 각종 기념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아래는 1928년 상하이 경마장에서 코카콜라를 팔던 판매대의 모습. 스펜서체로 흘려 쓴 코카콜라 로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보내온 것도 있지만, 중화권 수집가들이 보내온 것도 100여 가지가 넘었다. 붉은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인들 중에는 코카콜라 애호가들이 많다. '커커우 커러(可口可樂·입에 맞아 즐거움)'로 읽히는 중국 이름이 좋다는 이들도 많다. 셰웨이(解尉·건축설계사)씨는 1948년 상하이에서 코카콜라가 후원한 육상대회 기념 잡지를 출품했고, 타이완의 천성파(陳生發·세차장 운영)씨는 애장품인 영국 고(故) 다이애나비 결혼식 기념 제품을 보내왔다. 작은 콜라병에 불과하지만, 이들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케빈황(黃長毅)씨는 소장품이 1만 점이 넘는 '빅 컬렉터'로 통한다. 그는 75년 전 미국에서 코카콜라 배달원들이 입던 옷을 구해서 입고 나타나 다른 수집가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검은색의 탄산음료를 처음 만든 약사와 초기 창업자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지만, 코카콜라는 "지구 상에서 'OK'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영어 단어"란 말을 들을 정도로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특히 '7χ'라고 불리는 7가지 핵심 성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이 원액 제조법은 원래 사업 초창기에 대출용 담보로 은행에 맡겼던 것인데, 1920년대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은행 금고에서 꺼내도록 하고 단 두 사람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열람규칙'을 제정하면서 100년 가까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코카콜라 본사가 브랜드에 변형을 시도했다가 혼쭐이 난 적도 있다. 1985년 코카콜라는 펩시를 따돌리기 위한 야심작으로 '뉴 코크'를 출시한다. 하지만 "왜 마음대로 콜라 이름을 바꾸느냐"는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 왔다. 사람들이 원한 것은 코카콜라였던 것. 결국 뉴 코크는 출시 79일 만에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와 같은 일들의 배후엔 1970년대부터 조직화된 코카콜라 애호가들의 모임이 있었다.

중국에선 요즘 미국의 70년대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붉은색 'CFCC(China Fan Club of CocaCola)' 마크를 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미국에서 소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1960~70년대에 강력한 소비자 집단이 나타났던 것처럼 중국도 이제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적인 '소비문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