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광민 기자]야생에서 여러 동물들 사이에서 이어지는 사슬과 같은 먹이 연쇄가 있듯 야구에도 천적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류현진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LG전 30경기에 등판 21승5패 평균자책점 2.07. 피안타율은 2할8리,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98, 9이닝당 탈삼진은 9.4개였다. 8차례 완투와 2차례 완봉도 있었다. 통산 승수가 78승인데 그 중 26.9%에 해당하는 21승이 LG에게 거둘 정도로 강했다. 그래서 '류현진은 LG 킬러다'라는 천적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 LG와 한화의 경기에서는 또 다른 천적 관계가 생성됐다. LG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28)와 한화 외야수 강동우(37)의 관계다.

올 시즌 강동우와 리즈는 2경기에서 7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7타석 7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3안타 중에는 홈런과 2루타가 각각 한 개씩 있다. 타율은 4할2푼9리고 장타율은 무려 10할이다. 지난 2월 19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강동우가 리즈를 상대로 홈런을 친 것까지 포함할 경우 '강동우는 리즈에 강하다'는 천적 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있다.

11일 잠실 LG-한화전에서도 강동우는 1번타자 우익수로 출장해 리즈와 4차례 맞대결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강동우는 1회 첫 타석에서 리즈의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3회와 6회에는 각각 중견수 플라이와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리즈의 높은 체인지업을 받아 쳐 깨끗한 중전안타를 날리고 1루에 나갔다. 이 안타에 흔들린 리즈는 1사 후 장성호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9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강 때문이야'였다.

그렇다면 강동우와 리즈가 느끼는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12일 잠실 경기에 앞서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봤다.

먼저 강동우에 고전하고 있는 리즈는 선발 등판 전날인 10일 "이번에는 강동우를 잡을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리즈는 이날 강동우에게 앞선 세 타석을 범타로 잘 처리하는 듯 싶었으나 어찌됐던 9회 강동우에게 안타를 맞으며 강동우와 악연을 끊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 리즈는 "강동우는 좋은 타자다. 내 볼도 잘 쳤다"며 상대를 존중했다.

그러나 리즈는 "그렇지만 나는 특별히 그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내가 상대하는 여느 팀의 9명의 타자들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비록 안타를 맞았지만 나와 4타석을 상대해 안타 한 개를 내주고 3차례 아웃을 잡아낸 것으로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리즈는 강동우에 대해 다른 인식보다는 보통 투수와 타자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만 생각했다.

반면 강동우는 리즈에 대해서 일단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섰다. 강동우는 "리즈는 정말 좋은 투수다. 언제든지 타자들을 위협할 수 있는 빠른 볼을 지녔다. 거기에 어제는 변화구 제구까지 완벽에 가까웠다"면서 "그러나 나 역시 리즈의 빠른 볼에 대비했고, 이전 대결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강동우는 또 "나 역시도 리즈에게 안타를 치고 홈런을 쳤지만 내가 잘 쳤다기 보다 그 순간에 운이 좋았을 뿐이다. 만약 리즈가 몸쪽이나 바깥쪽에 던졌다면 절대 못 친다. 그 만큼 리즈의 공이 위력적이다. 그러나 가운데로 몰렸기 때문에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리즈 입장에서는 한국야구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강동우일 것이다. 강동우에게는 리즈가 편한 외국인 투수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경기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승리를 목표로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상대를 존중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천적관계, 그리고 승패를 떠나서 아름다운 승부라고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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