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을 대표하는 두 젊은 작가의 대화는 경쾌하면서 진지했다. 양국 문단에서 가장 왕성한 창작력을 보이는 세대의 소설가인 천운영(40)과 중국의 소설가 겸 화가인 우원리(吳文莉·41). 11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열린 한·중 작가회의에서 처음 만난 둘은 "문학의 위기가 거론되는 지금이야말로 문학이 진정 문학다워질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련기"라는 데 의기투합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 후원으로 열리는 한중작가회의는 양국 작가들이 함께 모여 작품 낭독·품평회를 갖는 교류 행사. 5회를 맞는 올해는 중국측에서 천중스(陳忠實)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을 필두로 시안시협회 작가들이, 한국측에서는 김주영·황동규 등 원로부터 박상우·은희경·장석남·정끝별·이병률·해이수 등 젊은 문인까지 골고루 참석했다.
양국 참석자 중 가장 젊은 두 소설가, 천운영(이하 천)과 우원리(이하 우)가 양국 문학의 특징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우 "신경숙 소설이 미국에서 인기라고 들었다. 소수 언어인 한국어 작품이 외국에서 인기를 얻는 비결이 뭔지 궁금하다."
천 "작가가 세계의 경향에 맞춰서라기보다 한국만의 감성과 경험이 묻어 있는 작품이 번역돼 나갔을 때 해외에서도 호응하는 것 같다. 현재 다른 작품도 번역 작업이 활발하다. 한국 작품 읽어본 게 있는지?"
우 "솔직히 한국 순수문학 작품보다 한류 영화·드라마를 잘 안다. 대학교수인 친구가 한국 시나리오 창작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하더라. 한국의 좋은 문학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홍보 마케팅 문제도 있지 않나 싶다. 보기에 중국 문학은 어떤가?"
천 "5회째 회의를 다 참석했다. 중국 작가들은 사회 변화에 민감한 것 같다. 전통과의 단절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보였다. 전통과 현대의 간극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한국 작가들은 개인의 문제에 더 천착한다. 중국은 '변화에 처한 자아'를 다룬다면, 한국은 자아의 내면 속을 파고든다. 지금 중국의 당신 세대 작가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우 "일반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 경우엔 고전 작품을 많이 읽는 편이다. 명·청 시대 소설도 읽고 톨스토이나 모더니즘 작가도 좋아한다. 지금은 역사 소설을 쓰고 있다. 1930년대 항일 전쟁 시대가 배경이다. 한 가족이 중국 동부에서 시안(西安)으로 도망가 어떻게 생존해 나가는지 과정을 다뤘다. 그 시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점점 잊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기 사람들을 복원해 현대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천 "나도 요즘 그런 고민 많이 한다. 심지어 50~60년대의 육성 증언조차 듣기 어려운 세대가 되고 있다. 이들 목소리를 들어서 언젠가 소설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육성으로 들을 수 없는 것을 복원해내는 것도 세대 전환기 문학의 중요한 몫이 아닌가 싶다."
우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그 희로애락을 유니크하게 문학이 복원하고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천 "반가운 이야기다. 가볍게 소비하고 버리는 트렌드 속에서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다.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찾아들어 가는 것이 한국 문학의 심지를 세우는 일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