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열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대통령'이라는 관직명을 음미해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권위를 부여한 단어로 보인다. '대'는 누구나 아는 클 대(大)이고, '통'은 거느릴 통(統)이고, '령'도 거느릴 령(領)자이다. 이들을 합치면 백성을 단순히 거느리는 정도가 아니고 초월적으로 거느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지금과 같은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이렇게 권위적인 직함이 필요한 것인가? 황제라는 단어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겸손한 사람도 일단 대통령이 되면 이 권위적인 호칭에 대한 중독현상이 일어나 자기도 모르게 더욱더 권위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중국 같은 공산주의국가에서도 이렇게 권위적인 호칭은 잘 쓰지 않는다. 그저 공산당주석이나, 공산당비서 등의 용어가 고작이다. 미국 최고의 행정수반인 'President'는 'preside'에서 온 말로 고작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 정도의 의미다. 의회주의 국가에서도 국가 최고권력자는 수상인데 그것도 Prime Minister이다. Minister 중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정도이다. 국민을 떠받드는 의미를 가진 온화한 직함으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관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대민봉사기관 책임자이다. 그런데 이 장관이라는 호칭도 너무 권위적이다. 국민의 공복이라고 하면서 국민의 접근을 사실상 봉쇄하는 이런 호칭을 써야만 하겠는가? 영·미의 경우, 장관은 고작 Secretary라 부른다. 공산주의국가의 당비서와 같은 평범한 호칭이다. Minister라는 말도 쓰는데 이 말의 어원도 종교계의 봉사자에서 비롯되었다.

검찰총장과 같은 호칭도 마찬가지다. '검' '찰'이라는 한자 한자에 이미 강력한 권위가 부여되어 있는데 거기에 '장'이면 그만이지 '총장'이라고까지 해야 할까? 경찰청장을 경찰총장, 국세청장을 국세총장, 관세청장을 관세총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정부 출범 후 산업은행 총재라는 직함이 너무 권위적이라 하여 산업은행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많은 관직들은 헌법기관들이기 때문에 그 명칭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우리가 헌법을 개정하게 되면 관직에 대한 호칭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